태풍 후에 남겨진 것들
태풍 후에 남겨진 것들
  • 제주매일
  • 승인 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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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동홍동 주민센터 동장 강은희

태풍피해 복구가 어느 정도 끝난 듯싶다. 그간 세 차례의 태풍에 어지러진 낙엽 및 쓰레기를 수거하는데 열심히 동참해주신 자생단체 회원들과 지역주민, 그리고 동료공무원들에게 고마운 말씀을 드린다. 이제 태풍 후에 남겨진 것들을 생각해 볼 때다.

우선은 주민이 원하는 것들인 ‘민원(民願)’과, 주민이 원망하는 것들인 ‘민원(民怨)’,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원하는 바람인 ‘숙원(宿願)’, 이렇게 세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처음 동장으로 부임하여 맞은 거센 태풍들은 앞서 말한 세가지 종류의 목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시기였다.

우선 ‘민원(民願)’.
 
동홍동의 경우는 택지개발지구로 형성된 빌라, 아파트들이 많이 모여 있어 이들의 목소리도 제각각이었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태풍 전에 치워달라고 하거나 태풍에 넘어질 것 같은 가로수를 정비해 달라고 하는 등 많은 목소리를 들었다.

다음으로 ‘민원(民怨)’.
 
태풍이 제주도를 지나가며 많은 피해를 주었다. 당장 쓰러진 나무들을 베러 기계톱을 들고 나가고, 위험한 현장민원을 처리하느라 지역자율방재단원과 많은 직원들이 관내 구석구석에 배치되었다. 솔직히 급박하지 않은 민원은 뒤로 미뤄놓았으나 이런 것들이 ‘민원(民怨)’이 되어 돌아온다.

마지막으로 ‘숙원(宿願)’. 태풍 후에 비로소 남겨진 것들이다.
 
몇몇 배수로가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도로가 침수되고, 농로를 넘어 밭으로 넘어가는 등 문제점들이 발견되었다. 이런 문제는 현장에서 민원인들을 만나 봐도 즉각적인 해결이 힘들다. 결국은 올 한해도 넘겨 푹푹 삭아 오래된 숙원사업이 되기 일쑤다.

세 차례의 태풍 후에 수많은 피해신고가 접수되었다. 농작물부터 창고, 건축물의 파손 등 종류도 다양했다. 그런데 나는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피해를 접수받고 현장을 확인한 후 보상해 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피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면?

피해사실 현장을 방문해보면 건물 자체가 부실하거나 본인의 관리 미흡으로 피해가 난 경우도 있지만, 일부 주민은 상하수도관의 막힘이나 도로 높낮이가 맞지 않음을 지적하는 등 보다 앞선 문제들을 지적하였다.

비록 태풍으로 인해 많은 피해가 있었고 지역주민과 여러 공직자들이 수고가 많았지만, 시민들과 함께 하는 피해복구, 환경정비로 공직자의 신뢰가 제고되고 시민들과 화합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물론. 이제 태풍은 반갑지 않다. 그만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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