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알일지라도 태풍과 천둥이 몇 번 닥쳐 붉어진 열매가 되듯이 우리의 가족과 이웃의 땀과 사연이 깃들어 있는 모든 것들을 무심한 자연은 순간에 앗아간다.
그래서 농작물을 포함한 모든 피해 복구 현장이 안타깝고 그 땀방울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뜨거운 여름 모든 정성을 다해 키운 양배추 묘종을 정식한 밭에서, 그리고 출하를 얼마 남기지 않은 감귤 과수원에서 무심한 하늘을 보며 서있는 촌로(村老)는 여섯 다리만 걸치면 지구촌 누구와도 지인이 된다는 케빈 베이컨의 말처럼 우리의 이웃이고, 삼촌이다.
태풍 피해 복구와 도움의 손길이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지만 애월읍에서는 모든 직원이 지역의 아픔을 우리 가족의 일처럼 여겨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 그곳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함께 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농작물 피해 조사나 복구현장를 다니는 내내 언행에 주의하며 무심코 지나친 곳은 없는지, 세심한 눈길과 부지런한 발품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하려는 주민들과 지역의 봉사단체 회원, 청년들이 함께 있어 돈독한 정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한정된 자원이라 우선 순위에 따라 일을 처리하다 보니 다소 시간이 지연되고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그래도 그러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아직까지는 본인이 알아서 할테니 장비만 빌려 달라는 분, 때로는 봉사 나온 장병들이 안쓰러워 스스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정리한 후 인력을 요청하는 분들도 많아 우리 애월읍은 아직까지도 아름다운 전통이 남아 있는 지역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작은 배려와 정성이 모이고, 지역주민과 자원봉사 회원, 그리고 행정이 함께 노력해 올 가을 고향을 찾는 모두가 풍성하고 아름다운 기억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애월읍사무소 김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