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새벽 제16호 태풍 ‘산바’가 제주를 강타하면서 도내 곳곳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폭탄이 떨어졌다.
때문에 지난 2007년 태풍 ‘나리’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제주시 동문재래시장 상인들은 그 누구보다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시장 안에는 471개의 점포가 들어서 있다.
이미 가을 태풍의 ‘위력’을 실감했던 상인들은 태풍이 내습하기 전부터 만발의 준비를 했다. 하천 범람에 대비해 물건들을 다른 곳에 보관하는가 하면, 일부 상인들은 양수기를 준비하기도 했다.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16일. 이날 저녁부터 상인들은 불안한 마음에 가게에 남아 있었다.
태풍 ‘산바’는 당초 걱정했던 강풍보다는 폭우의 위력이 엄청났다. 17일 오전 제주시 도심지역에는 시간당 40mm 가까운 비가 내렸고, 동문시장에 근접해 있는 남수각 복개부지의 수위는 점점 올라갔다.
게다가 이날 오전 2시25분께 남수각 복개부지가 홍수 여유수위 50cm를 남기는 등 범람 위기를 맞자 민방위 경보 사이렌과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상인들의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날이 밝자 남수각의 수위는 점차 낮아졌고, ‘나리’ 때의 악몽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상인들의 얼굴엔 근심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상인 김모씨는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자꾸 큰 태풍이 오니까 한숨만 나온다”며 “태풍이 올 때마다 항상 범람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지난 ‘나리’ 때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나리가 왔을 때는 남수각 인근 가게 뿐만 아니라 입구에 있는 야채가게까지 물이 넘쳤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상인은 “대부분의 상인들이 범람 걱정 때문에 집에도 가지 않고 가게에 남아있었다”며 “그래도 걱정과는 달리 아무런 피해 없이 넘어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남수각 범람 걱정 없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