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는 '들을 귀'가 필요하다
서귀포시는 '들을 귀'가 필요하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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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귀포 시민들의 행정불신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그 결과로 민과 관의 갈등 역시 끝 모르게 증폭되고 있다.
서귀포 시민들이 ‘밀실행정 규탄과 주민투표 쟁취를 위한 서귀포시민 대책위원회’까지 만들면서 시정에 반발하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렇지만 서귀포시는 시민들의 의견이나 여론 따위에는 귀를 막은 채 주요 사업들을 강행하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시청 공무원과 경찰 등 300여 명의 공권력을 동원, 시민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도시계획위원회를 강행하여 도시계획안을 통과시켜 버렸으니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시민들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24일에도 시민대책위가 시청 현관 앞에서 ‘강정유원지 해안도로 폐지 반대 및 이마트 서귀포 입점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을 시도했지만 시청 공무원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려나 결국 시내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서귀포시는 이들 시민들과는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자세인 듯 하다.

2.

문제가 되고 있는 이들 2건의 도시계획 변경안의 경우 워낙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도시계획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일단 보류하고 이해 당사자와 객관적 시각을 갖고 있는 시민들을 상대로 한 공론의 장을 통해 과연 무엇이 서귀포의 발전을 위해 가장 타당한 사안인가를 도출시켰어야 했다. 그래서 이를 근거로 대화로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조정을 거쳐 심의를 했다면 시민들이 지금처럼 반발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주민투표도 문제다. 서귀포시에는 ‘강정유원지 해안도로 폐지 반대’라는 안건과 ‘이마트 서귀포 유치 반대’ 등 2건의 주민투표가 청구돼 있다.

서귀포시에 청구된 주민투표는 지난해 7월 30일 주민투표 조례가 제정된 이후 전국적으로는 두 번째이고,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청구된 것이어서 그 시행여부가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 주민투표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심의회에 부의해야 하는 데, 이마저도 위원 구성을 놓고 시민대책위가 일부 위원의 교체를 주장하는 등 극심한 불신을 내보이고 있어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3.

그도 그럴 것이 심의위원 중에는 이마트 유치를 공식적으로 찬성한 여성단체장과 일본에 교환교수로 나가 있는 사람까지 끼어 있을 뿐 아니라, 9명의 위원 대부분이 서귀포시의 행정절차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는 불만이 그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심의위원들의 면면을 볼 때 이미 주민투표 청구 심의는 ‘각하’로 결정 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 정도라니 그 불신의 수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모든 것은 투명하지 못한 행정행위로 인해 빚어진 것이다. 70∼80년대 개발연대에는 이른바 ‘블도저 행정’이 먹혀들었고 또 필요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서귀포시가 내세우는 구호는 ‘위민 행정’이나 실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백성을 하늘같이 떠받드는 것이 위민 행정의 참 모습일진대 그 요체는 대화에 있다. 다양하게 표출되는 시민들의 소리를 굴절 없이 생생하게 듣고, 각종 생활현장의 다양한 욕구를 신속하게 조치하여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대화행정이다.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통하지 않으면 행정이 물 흐르듯 흐르지 못하고 시민들도 행정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시민의 소리와 여론 수렴을 위해서는 ‘들을 귀’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내뱉고 따라올 것을 강요하는 행위야말로 독선이요, 독단적 행정이 아닌가. 대화행정이 요구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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