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제주 세계자연보전총회(WCC)’ 개막 여러 날 전부터 제주 섬은 온통 ‘축제의 섬’이다. WCC를 축하하는, 전에 없던 마을 단위 각종 축제가 경쟁하듯 성황을 이루었다. 연례 축제들도 시기를 조정하면서 WCC 기간에 집중되었다.
제주시에서는 반세기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탐라문화제가 열리는가 하면 올해 느닷없이 등장한 ’탐라대전‘도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WCC 기간에 끼워 맞춘 세계7대자연경관 인증식도 거대한 축제 무대로 등장하고 있다.
산남에서도 칠십리 축제, 성읍 정의고을 축제, 그 외 이 마을 저 마을 등에서 축제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이들 산남-북 축제에는 유명 탈랜트가 초청되고 인기 가수가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폭죽이 터지고 박수와 환호가 진동한다.
빚더미에 앉은 제주도 같지 않고, 빚에 허덕이는 도민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모두가 풍족하고 모든 것이 풍성해 잘사는 섬인 것만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듯 도내 곳곳이 가무음곡(歌舞音曲)으로 가득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WCC 축제 이면엔 그늘도 드리워 있다.
추석을 앞둔 8월말 현재 임금 체불로 허덕이는 도내 근로자가 1천481명이다. 밀린 임금도 54억1000만 원이 된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0.7%, 41.3%나 크게 증가 했다. 두 차례 태풍으로 망연자실한 농어민 말고도 임금체불로 고통 받는 도민이 이 정도니 축제를 열어 가무음곡이나 즐길 일이 아니다. WCC를 평가 절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축제를 즐기면서도 그늘에 가린 민생고를 해결할 방책을 세우면서 희희낙락(喜喜樂樂) 하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