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 35% 이상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우리의 잘못된 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최근 우리 경찰에서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만들기’를 위해 조직폭력, 주취폭력, 갈취폭력, 성폭력, 학교폭력 등 5대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여 폭력 범죄 척결에 경찰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 중 서민생활을 침해하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고질적이고 상습적인 주취폭력에 대하여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
조직폭력이 떼거리(조직)의 힘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면 주취폭력, 일명 주폭(酒暴)은 말 그대로 술의 힘을 빌려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만취상태에서 상습적으로 상가, 주택가 등에서 인근 주민 등 선량한 시민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가하는 사회적 위해범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21일에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묻지마 범죄’처럼 연일 각종 메스컴을 통해 주취폭력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술로 인한 추태와 분쟁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일선 지구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야간 112신고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주취자와 관련된 사건들로 경찰의 주취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주취폭력은 여전히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더 이상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날로 가중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술을 마시고 한 행동에 대해서는 너그럽다 못해 안일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그릇된 인식과 관용이 현재의 걷잡을 수 없는 주취폭력 문화를 만들었다.
술을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욕을 하거나 시비를 거는 등의 주취폭력이 단순한 실수나 술주정, 불쾌한 일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평소에 억눌려 있던 불만, 욕구, 갈등이 음주 상태에서는 쉽게 표출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주취폭력은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라는 형법 이론이 적용되어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이 성립된다.
대법원에서도 위와 같은 취지로 2012년 6월 28일 대법원 양형기준을 새로이 정하였다. 그 중 주취폭력과 관련해서는 만취상태를 원인으로 한 감경을 엄격히 제한하고 범행 당시 고의로 술을 마시거나 혹은 범행 후 면책사유로 삼기 위해 만취상태에 빠진 경우에는 심신미약 상태 여부와 상관없이 가중처벌하도록 하였다.
한마디로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른 경우 감경이 아닌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고, 특히 ‘묻지마 범죄’와 같이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행의 경우에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옛말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3천번을 만난 인연이라고 하여 그만큼 만남의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아닌 눈빛만 살짝 마주쳐도 말다툼에서 시작되어 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연이 거듭되고 있다.
술은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더욱 더 좋게 만들어 주고 아픔을 잠시 잊게 해 주는 등 좋은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는 ‘술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악마이고 달콤한 독약이며 기분 좋은 죄악이다’라고 했다.
술이 사람을 매료시키고 달콤하고 기분 좋은 것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악마이고 독약이고 죄악이라는 뜻으로 술의 양면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그 동안의 모든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삶을 파괴하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주동부경찰서 중앙지구대 경사 오승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