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호접란을 두고 ‘날지 못하는 나비인가, 꽃을 잃은 나비인갗라고 노래했지만, 제주도의 호접란 대미 수출 사업이 그런 형국이다.
‘날지도 못하고, 꽃도 잃어버린’ 격이 돼버린 호접란 사업을 놓고 제주도의회가 ‘사실 규명’을 하라고 다그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사업 주체인 제주도 농수축산 당국은 눈가림 식 ‘땜질 처방’에만 급급하고 있다니 정녕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는 것인가.
도비와 시·군비 등 도민의 혈세와, 호접란 생산농가의 자부담 등을 합쳐 물경 133억 원이나 소요된 호접란 대미 수출 사업은 도의회가 미국 LA 현지 농장 실태를 파악한 결과 실패한 사업이 아니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즉, 지난 2000년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호접란을 키우고 판매하는 시설이 여전히 미비할 뿐만 아니라, 전기설비 등 부대시설마저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한마디로 미국 현지의 호접란 농장은 부실 덩어리 자체였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호접란을 미국에 팔겠다고 나설 수 있겠으며, 과연 그 엄청난 사업비가 제대로 쓰이긴 한 것인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도 당국은 느긋한 자세를 내보이며 온갖 변명과 무조건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미 잘못이 드러나고 있는 것을 일시적으로 우물쭈물하여 덮어 버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병의 근원은 놔둔 채 그 증세만을 다스리려고 해서는 상처 입은 호접란 사업의 치유는커녕 의구심만을 부풀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제 정면 돌파가 필요하다. 도의회도 특감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 당국이 먼저 사업 초기 부지매입에서부터 공사의 전 과정과 도출된 문제점들을 솔직히 털어놓은 다음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어떤 형태로든지 호접란 사업을 밀어붙인 관련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