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 일본에 넘어가나
‘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 일본에 넘어가나
  • 제주매일
  • 승인 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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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에는 46억···평가액은 2억7400만원
이영근 관장 “ 문화재청이 문화재적 가치에는 인색”

 

경영난으로 일본에 넘어갈 뻔 했던 국가 등록문화재 ‘제주 가마오름 일제 동굴진지’가 또 다시 일본에 매각될 상황에 처했다.

제주도로부터 가마오름 동굴진지 매입 요청을 받은 문화재청이 감정평가액 이상으로는 매입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굴 복원에 약 20억, 박물관 건립에 26억원이 들어갔으나 감정액은 2억7400만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는 동굴 안의 전시 시설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문화재적 가치를 배제한 채 순전히 땅값만 평가됐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재청에 동굴 내 시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있도록 요청을을 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동굴 내 시설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해도 복원에 들어간 비용에 훨씬 못 미칠 전망이다.

게다가 올해 초 매입하겠다던 일본 단체가 아직까지도 매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굴진지가 일본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영근 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문화정책연구소에 의뢰해 감정한 결과 25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토지만 감정했다”며 “문화재의 가치를 올리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청이 문화재적 가치 평가에는 인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장은 이어 “심지어 문화재청에 찾아갔을 때 한 직원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이 소유했던 ‘건재고택’을 예로 들면서 경매를 통해 구입하면 된다는 말까지 했었다”며 “다음달까지 문화재청의 확답이 없다면 국내에는 매입 의사를 밝히는 곳이 없어 국가든 단체든 국한하지 않고 공매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심스레 매각 의사를 내비쳤다.

따라서 문화재청의 소극적인 입장이 변하지 않을 경우 동굴진지가 일본 단체에 매각될 공산이 큰 상황이다.

한편, 제주평화박물관은 이 관장이 자비를 들여 2004년 개관한 민간사설 박물관으로 국가기록원 등 280권의 자료와 유물 2000여점을 비롯해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군의 지하 요새로 활용된 가마오름 동굴진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관장이 발굴한 동굴진지는 당시 제주도에 만들어진 동굴 중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06년에는 국가지정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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