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뭐 하면서 사냐"
제주로 이주한 지 30년을 넘긴 전남 출신 한 인사가 고향을 방문하면 듣는 소리라고 소개했다.
감귤산업이 시작된 1970년대 초 제주를 찾은 그는 사방에 널린 일자리를 보며 '역시 제주는 기회의 땅'이라고 인식했으며 '천혜의 자연 환경' 등 장래성이 무궁하다고 여겼다.
최근 들어 그는 "자식들도 직장을 찾아야 하고 사업문제도 있고 해서 이주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당부분 제주도가 처한 현실이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주민들의 경제적 지위가 전국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1인당 총생산은 말할 것도 없고 제주대 등 지방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도내에서는 변변한 직장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1차산업, 관광, 건설 경기 등이 위기에 처했거나 최악인 상태로 평가되는 가운데 뚜렷한 개선 조짐도 없다.
반면 종전 제주 도정은 '통계 수치나 숫자만을 제시하면서 '별 문제없다'로 일관하는 사이에 제주도는 '추락'만 거듭한 것으로 지적됐다.
▲관광, 방향을 바꾸자.
제주도는 지난해 '500만명 돌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지만 벽을 넘지 못했다.
이에 올 초 목표를 '510만명'으로 올려 잡고 내.외국인 유치 확대를 도모한다는 계획아래 각종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러한 제주도의 외형 성장 정책에 대한 문제점이 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 22일 양일간 열린우리당 김재윤 의원 주최로 제주한화콘도에서 열린 '제주관광의 위기, 그 원인과 해법을 모색한다'는 특별 워크샵에서 송재호 제주대 관광개발학과 교수는 "제주도가 고비용. 저매력의 한물간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송교수는 "제주도는 유명 외국 언론기관에서 특집기사로 다룰 만큼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 독특한 문화를 지닌 관광지"라고 전제 한 뒤 "한반도와 일본 및 중국으로 구성된 삼각지의 중심에 위치하는 지리적 이점을 갖고 있다"면서 "환태평양 시대의 중심지로서, 국제적인 휴양관광지로서 거대한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교수에 따르면 제주도는 1966년 10만명, 1977년 50만명, 1983년 100만명, 1991년 300만명, 1996년 400만명 등으로 이후 400만명 기준선에서 정체와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으로 관광지 발전단계상 정체단계라고 밝혔다.
송교수는 이러한 분석 없이 지난 제주도정은 '외형 불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관광개발의 기본방향 정립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이날 워크샵 참석자들은 제주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방법, 제주성 관광상품 개발, 효율적인 관광 마케팅, 세계적인 관광산업 인재 양성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차 산업은 안전한가.
지난 22일 15kg당 감귤가격이 3만원선을 넘어섰다.
1997년 이후 최고 가격으로 고품질 생산, 유통혁신만이 제주 감귤 산업의 돌파구임을 분명하게 말해줬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올해 1/2간벌 사업, 하우스재배면적 확대, 대형선과장 건립에 따른 유통혁신 등에 올해 감귤정책을 집중시킬 방침이다.
하지만 전남 등 지역에서도 '감귤 시설재배'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나 위협을 주고 있다.
특히 나주 지방을 중심으로 '한라봉' 재배가 확대되는 추세로 제주보다 저렴한 시설 설치비용 및 운송경비, 많은 일조량으로 인한 품질 등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이를 감안한 대책마련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장래가 밝은 것으로 여겨지는 양돈산업에 대한 일대 점검이 선행돼야 한다.
'청정'을 제주도 축산업의 장점으로 살리려면 '돼지 콜레라 예방백신 항체발생'을 계기로 이에 걸 맞는 제도개선 및 관련 재원, 장비, 전문 요원들의 확충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여론은 곧 포기(?)'.
최근 제주는 한 목소리를 내본 적이 거의 없다.
강원도와 내국인 카지노 유치를 놓고 경쟁할 당시 강원도는 총력을 집중시켰다.
제주도 내부에서 '찬. 반'을 둘러싼 잡음을 이용, 서둘러 내국인 카지노를 설립했다.
'우주개발센터'는 특히 아쉬움을 주는 대목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안 해도 그만'이라는 인식에서 '경제가 어렵고 풀릴 기미가 안 보이자' 이제는 '유치했으면 낫지 않았겠느냐'는 후회가 관계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팽배한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전남 고흥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아쉬운 감이 든다"면서 "우주센터가 가져다 줄 인센티브 등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토로했다.
내국인 카지노와 우주개발센터의 타당성은 제쳐 두고서라도 '제주의 장래가 너무 일부의 목소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끄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없던 일'로 돌려버리는 사례가 잦았던 종전 도정과 관련, 도민들은 "제주도의 위기가 심각한 만큼 옳다고 여기는 사업은 추진돼야 하고 반대 목소리는 반드시 대안을 실어야 한다"면서 "모든 계층이 가장 중시해야하는 것은 제주도의 미래"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의 탓'만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자.
"변변한 기업하나 없는 실정에서 경쟁자를 '내부'에서만 찾는 풍토를 버려야 한다"
한 경제인은 제주의 문제를 한 마디로 압축했다.
인구 50만명이라는 소규모 지역 경제도 한 원인이지만 제주 지역의 '경제인' 스스로가 진취적인 개념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비단 경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한 사안마다 벌어지는 논쟁의 발전적인 승화, 여기에 사심 없이 펼쳐지는 제주 도정 등이 올해 가장 먼저 고려돼야할 '의식 전환'이라고 한결같이 도민들은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