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도시락
부실 도시락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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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학창시절의 아련한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것 중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도시락일 것이다.
 도시락에 얽힌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세워 이야기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많다. 교실 뒷편에 있는 난로 위에 누런 양은 도시락을 겹겹이 얹어놓고 2-3교시쯤 쉬는 시간마다 조금씩 까먹다가 교실 자욱한 반찬냄새 때문에 선생님께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지금은 건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잡곡밥에다가, 반찬이라고 해봐야 김치, 멸치볶음에다 계란부침이라도 얹혀있으면 진수성찬이 따로 없던 추억의 도시락이 요즈음 화제가 되어 온 나라를 들쑤시고 있다. 
 얼마전 서귀포시와 전북 군산시 등에서 결식 어린이에게 제공한 도시락이 너무나 부실하여 우리 모두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가슴 아프게 한 사건이었다.  

 한편에서는 웰빙 바람에 보양식, 다른 한편으로는 과다 영양섭취로 비만이 사회문제가 되어 각종 다이어트 상품과 프로그램이 각광을 받는 이 사회 한구석에서는 끼니 걱정에다 먹을 것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하여 가족이 해체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보호와 부양기능이 점점 약화되는 추세로 비추어볼 때, 우리가 돌보아야 할 아이와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소외계층이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대접받아 건강하게 성장하여 나라의 일꾼이 되도록 하는 일은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책임져야 하는 복지와 교육의 문제이다. 그래야 아이들도 도시락에 담긴 정성과 사랑, 나눔과 배려에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다.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 과연 저것을 먹고 제대로 뛰어놀 수나 있을까? 할 정도로 부실한 도시락을 과연 자기 자식이라면 저런 것을 먹일수 있을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급식위탁업자들은 “용기값, 배달비, 인건비, 이윤 등으로 1천원이 지출돼 실제 음식 재료비는 1천5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도시락배달 정책은 이미 시작부터 부실요인을 안고 있었던 셈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서귀포시와 군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시스템이라면 다른 지역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추측할 수있다.

더구나 거의 유사한 방식으로 지원되는 독거 노인들의 식재료 기본단가도 어린이에게 제공되는 도시락 단가보다 더 낮은 1천520원에 불과해 부실식사 여론이 똑같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외계층의 급식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래서 지금은 이 사건을 가지고 비난하고 문책만 할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인 것이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정부의 해당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대책을 세운답시고 새로운 정책들을 서둘러 발표하는데 이번만큼은 시간을 가지고 꼼꼼이 따져서 다시는 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우리 사회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이 전달되고 느낄수 있도록 해야한다.

따라서 우선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효율적인 급식운영 체계 재구축 등이 선행돼야 할 것이고 장기간 경기침체와 실업난, 가족해체로 인한 결식아동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차제에 허술한 우리 아동복지행정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 광 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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