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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는 국가기관이나 자치단체 등 에서도 기업 상품 못지 않는 홍보 마케팅 수단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마찬가지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제주의 이미지를 내외에 선전하여 제주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도는 지난 2008년 12월, 제주브랜드 파워 구축 사업을 추진했다. 용역사업비만 10억원을 들였다. 현재 도가 사용하고 있는 심벌마크인 ‘jeju"와 브랜드 슬로건 ’only jeju‘는 이때 개발된 브랜드다. 이러한 심벌마크와 제주관련 브랜드는 2009년 4월부터 사용되어오고 있다.
당시 10억원이 투입되는 제주브랜드 파워 구축사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거셌다. 상징마크 하나 그리는데 10억원의 도민 혈세를 쏟아 붓는 도정의 예산 낭비에 대한 질책이었다.
그래서 전문가 그룹에 거액을 들여 용역을 맡기지 말고 도민을 상대로 일반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자는 주문도 있었다. 용역예산의 10%만 들여도 도민의 자존심을 세우고 의미 있는 브랜드파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조언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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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개발에 대한 이러한 논란과 주문에도 당시 도정은 거액을 들여 심벌마크와 브랜드 슬로건, 캐릭터(돌이와 송이)와 인증마크(j마크)를 만들어 제주의 상징이미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액의 도민혈세가 투입됐고 용역에 따른 논란을 빚으며 선정된 심벌마크 등을 사용한지 겨우 3년 만에 또 다시 거액의 도민 혈세를 들여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도가 최근 6억원을 들여 추진한다는 ‘글로벌 제주 브랜드 구축 및 마케팅 전략 수립연구 용역 사업’이 그것이다. 용역사업 이름은 길고 거창하지만 한마디로 새로운 심벌 마크를 그리고 이름 짓는데 6억원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유네스코 자연과학 분야 3관왕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세계7대자연경관을 연계해 제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비전, 심벌, 슬로건, 로고 등 ‘글로벌 제주 브랜드’를 개발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것이지만 이를 보는 일반의 시각은 곱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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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새로운 브랜드 개발의 의도성에 대한 의구심이 많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심벌마크나 로고 등에 대한 심도 있고 철저한 효용성 분석이나 상표 인지도나 브랜드 충성도에 대한 비교검토 작업도 없이 ‘무조건 바꾸어 보자는 식‘의 새로운 브랜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전임도정 지우기‘ 등 의도의 순수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재정상태가 열악한 도가 그렇게 시급하지도 않고 또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는 곳에 도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무책임한 도정 예산운영이라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기존 브랜드를 선정하고 홍보하는 데만도 십수억원이 들어갔는데 새로운 브랜드로 바꿔 제주의 브랜드로 정착하기 위한 작업에도 이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도의 낭비적 예산 운용에 대한 우려다.
도 관계자는 기존브랜드가 국제적으로 제주를 대표하지 못해 해외에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외국 전문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겠다는 속내다. 이는 지난친 자기 비하이며 사대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업체가 만든 브랜드가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
오히려 돈을 쏟아 붓는 해외 업체보다는 도민들의 순수한 감정과 감성을 엮어낸 도민 공모 작품이 세계적 작품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도가 고집 피워 새 브랜드 개발에만 눈독을 들이겠다면 차라리 도민공모로 브랜드파워를 구축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