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아 내려온 제주…주민·자연과 공감하며 살아요”
“공기 좋아 내려온 제주…주민·자연과 공감하며 살아요”
  • 허성찬 기자
  • 승인 2012.0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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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사는 제2의 삶 제주>‘공감 3081’ 팬션 윤덕희씨 가족

한림읍 귀덕리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바다를 끼고 있는 아담한 팬션이 눈에 들어온다. ‘공감 3081’ 이름도 특이한 이 팬션은 제주이민 4년차 윤덕희(38)·이영옥(31.여)·윤기찬(8)·윤은찬(6.여) 가족의 삶의 공감이다. 공기가 좋아 무작정 내려온 제주가 이제는 제2의 고향이 됐다는 윤씨네 가족. 공감이라는 팬션 이름처럼 지역주민과 자연, 팬션을 이용하는 관광객과 모두 공감하는 삶을 살고 있다.

Q. 제주에 내려오게 된 계기는
윤덕희씨>제주에 내려오기 전 인천에서 접착제 회사에 한 10년 정도 다녔었다. 아내도 접착제 회사를 다니다 둘째 은찬이가 태어나면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지난 2009년 제주에 내려오기 전 2년전부터 매주 캠핑여행을 다녔는데 주말마다 좋은 공기를 마시다 보니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마침 지인이 제주에 팬션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해서 무작정 내려오게 됐고, 이제는 저희 가족의 팬션을 짓게 됐다.

Q. 팬션 이름이 특이한데 사연이 있다면
이영옥씨>별다른 사연은 없고 지금 팬션 주소가 귀덕리 3081번지다. 공감은 요새 사람마다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 의견 충돌이 많은데 적어도 여기서만큼은 공감하고 살아보자는 뜻에서 공감이라는 말을 집어넣게 됐다. 처음에는 외래어를 집어넣어 팬션 이름을 정할까 하다가 설명도 힘들고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이름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레 공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다.

Q. 도시에서 살다 농촌생활이 쉽지는 않으셨을텐데
윤덕희·이영옥씨>제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보니 지인들은 물론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런데 막상 내려오니 마을 주민들이 너무 잘해 주셔서 적응에 힘들기는커녕 쉽게 적응 한 것 같아. 부모님처럼 너무 잘해주셔서 고마울 정도. 팬션을 지을려고 땅을 보러 다닐때도 동쪽 함덕까지 같이 가서 봐주기도 하고…명절때는 팬션이 성수기라서 육지를 못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가다 들리면서 오셔서 쌀과 김치, 명절음식을 넣어주시고 한다. 그리고 팬션 시작하면서 정원을 처음 가꿔봤는데 풀베기 등도 친절히 알려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Q. 아무래도 아이들 교육문제가 걸리셨을 텐데
윤덕희씨>제주 내려오면 농촌에서 정착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설득한게 와서 딱 3년만 살아보고 아니면 다시 올라가자. 근데 3개월만에 아내가 여기서 뼈를 묻자고 하더라. 오히려 도시의 삶보다는 자연에서의 삶이 아이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도시에서는 벌레도 무서워하고 개도 무서워했었는데 이제는 손으로 지네도 잡고 개와 고양이도 집에서 키운다. 아이들이 훨씬 더 자연속에 삶에 더 적응을 잘하고 있어. 무작정 공부보다는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잘 할수 있는 걸 찾아주고 싶은 생각이다.

Q. 제주 내려와서 이건 좋았다.
윤덕희씨>일단 공기가 너무 좋다. 인천 살 때는 매월 감기로 가족이 병원을 한번씩 찾았었는데 여기 와서 1년 동안 소아과가 어디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제는 가끔 서울 올라가서 김포공항에 내리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고, 다시 제주공항에 도착해야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영옥씨>도시에 살다 시골에 오니 소소한 거에도 즐거움을 많이 느껴서 좋다. 인천 있을때는 대형마트 일주일에 2~3회 다녔는데 여기 오니 막 벼르고 벼르다 가고…영화도 보려면 짬내서 예약을 하고, 소소한 삶이 더 좋다는 걸 자주 느껴. 무엇보다 애아빠가 애들하고 자주 놀아줄 수 있다는 게 참 좋다.

Q. 제주 내려와서 가족관계에 변화가 있다면
이영옥씨>무엇보다 애들하고 놀아주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천 살 때는 애아빠가 너무 바빠 아침에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 아이들과 얘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어. 이게 사는건가 싶을 정도의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 와서 애아빠가 벌레도 잡아주고 오름도 아이들하고 자주 가고 우리 가족이 진짜 원했던 삶인 것 같다.
윤덕희씨>여기 내려왔을 때 기찬이가 5살때였다. 와서 목욕을 시켜주는데 벌써 이렇게 컸구나 하고 눈물이 나더라. 그만큼 소홀했었는데 이제는 좀 더 좋은 아빠가 된 것 같다.

Q. 제주이민을 생각하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이영옥씨>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제주이민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근데 제주이민에 대한 무작정 환상을 가지신 분들도 많아. 확실히 삶의 여유가 생기는 건 맞지만 어차피 사는 장소만 바뀔 뿐이고 먹고 살기 바쁜건 여기도 마찬가지라는 걸 생각했음 좋겠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다음 제주이민을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Q. 이것만은 제주에서 꼭 하고 싶다
윤덕희씨>낚시, 사진, 여행 제주에서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다. 또 하나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한수풀 해녀학교에 등록해서 해남이 되고 싶어. 올해 하려고 했는데 팬션을 지을 때 건축만 맡기고 의자, 식탁 등 인테리어는 손수 만들다 보니 시간이 없어서 못해. 내년에는 꼭 등록하겠다.
이영옥씨>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조그마하게 감귤 농사를 짓고 싶어. 팔기보다는 우리가 직접 먹고 지인·친지들 드릴 수 있을 만큼만 감귤을 수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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