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혼 담은 ‘물의 집’ 철거 안돼
제주의 혼 담은 ‘물의 집’ 철거 안돼
  • 제주매일
  • 승인 2012.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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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 거장의 遺作, 불법성보다 예술적 가치로 평가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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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 델 아구아’, 스페인 어로 ‘물의 집’이라는 뜻이다. 맥시코 출신인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가 지난 2008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지은 앵커호텔 모델하우스다.

 ‘더 갤러리-카사 델 아구아’는 리카르도 레고레타가 남긴 마지막 유작(遺作)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 하우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레고레타가 제주의 물과 바람과 빛에 영감을 받아 빚어낸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의 ‘카사 델 아구아‘는 그 희소성이나 상징성에서 레고레타의 건축철학이나 미학적 예술적 가치가 가장 잘 뭉뚱그려진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평가다.

 세계적 건축 거장의 마지막 유작이 제주에 남겨졌다는 것만으로도 제주로서는 엄청난 행운을 안은 것이다.  레고레타의 작품은 아시아 지역에 둘 뿐이다. 일본과 제주에 있다. 일본의 작품은 내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제주의 ‘카사 델 아구아’는 모든 이에게 공개되는 문화공간으로 레고레타의 철학과 미학과 예술성을 감상 할 수 있는 유일한 갤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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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렇게 무한 가치를 지닌 ‘물의 집’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위기에 직면해 있다. 고도의 작품성과 문화예술적 가치를 읽어내지 못하는 경직된 행정 행위 때문이다.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앞뒤를 재지 못하는 행정의 야만성이 빚어내는 비극인 것이다.
 카사 델 아구아는 중문관광단지내 앵커호텔의 콘도분양을 위해 지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이 호텔 사업을 인수받은 새 사업자가 이를 인수대상에서 제외해 버림으로써 불법 가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서귀포시는 오는 9월 열리는 2012 세계환경보전총회(WCC) 참가자 숙소를 지어야 한다면서 강제철거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대집행 영장통지 처분’을 했다. 이에 당초 건물주인 JID가 서귀포시를 상대로 ‘대집행 영장 통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맞섰으나 법원은 서귀포시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로 평가받은 ‘카사 델 아구아’가 절체절명의 철거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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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자 이 건물의 철거와 관련, 국내외적 철거 반대와 건물존치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건축가 레고레타의 고국인 멕시코에서는 철거에 대한 공식적 반대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18일 마르타 오르티스 데로사스 주한 맥시코 대사는 “카사 델 아구아의 철거계획을 중단 해 달라“고 정부에 공식 요청했고 서귀포시에도 철거 중단을 호소했다.

 국내 건축가와 문화예술계 인사, 일반 시민들도 철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더 갤러리’를 오는 9월 열리는 WCC와 관련 불법가건물, 환경훼손, 타건축물과의 형평성만을 들어 철거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WCC총회에 맞춰 세계적 작품을 친환경적 보존 가치로 다듬는다는 발상으로 시각을 교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WCC 환경보전의 세계적 상징물로 홍보하자는 역발상인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WCC 참가자들은 제주적 환경보전 정책에 박수를 보내고 ‘카사 델 아구아’가 이들에게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카사 델 아구아’는 향후 제주의 가치를 드높이는 문화 유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카사 델 아구아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인식하고 세계적 건축가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생애 마지막 혼을 담아 제주의 물과 바람과 빛을 빚어낸 작품의 상징성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더 갤러리’ 철거는 그래서 아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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