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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은 그들이 봉사해야 할 시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봉사행위다. 행정이 불신을 받으면 그들이 추구해야 하는 ‘신뢰행정‘은 헛구호에 불과하다. 이렇게 신뢰가 행정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고 최고의 가치라면 최근 도정 행보는 행정의 덕목과 가치를 떨어뜨리는 ‘불신행정의 표본‘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민선 5기 우근민 도정의 지난 2년의 행보나 최근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우근민 지사는 도지사 후보시절이나 취임후 까지도 제주최대 현안인 강정해군기지 갈등 해소 방안을 갖고 있다고 큰소리 쳤었다. 마을 주민, 도민, 해군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갈등과 분열만 키우는 형국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과 관련한 각종 의혹, 삼다수 대리점 사업자 선정과 대일 수출업자 선정, 향장산업관련 논란, 이른바 ‘그린시티 사업추진 관련 시비 등 정책추진과 연동되는 여러 특혜의혹 등 등 신뢰를 쌓아 왔다기보다는 불신만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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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도정 불신은 특혜시비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정책최고 결정권자와의 사적 연줄에 얽혀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더욱 확대 재생산 되고 있다. 행정의 불투명성과 비정상적 운영이 낳은 결과다.
최근 제주복합체육관 신축공사 설계 공모 심사특혜의혹도 매끄럽지 못한 행정행위에서 비롯됐다. 도는 제주종합경기장 게이트볼장을 헐어 제주복합체육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 150억원(국비 45억원 포함)을 들여 연면적 8900㎡의 다목적 체육관을 건립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계비 6억원 규모의 신축공사 설계 공모 심사 결과에 이상음이 들리고 있다. 공모심사 결과 당초 1위였던 작품이 2위로 밀려나고 2위 작품이 1위로 오르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도는 이번 공모 작품을 심사하면서 사전 공고문에 제시하지 않았던 감점 기준을 심사 당일 아침에야 결정해 적용해버림으로써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1위 작품이 감점 기준에 걸려 2위로 밀려 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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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희한한 일은 심사당일 아침에야 바뀐 감점 기준과 처리 내용이다. 감점 처리기준은 설계도면 용지 재질과 종이 두께에 관한 내용이다. 작품평가와는 무관한 일반도면 및 설명서 작성용으로 사용한 종이 재질이나 두께를 문제삼은 것이다. 조달청 등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희한한 감점 기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당초 2위였다가 1위로 올라선 작품을 제출한 업체측만 제주도가 제시한 용지를 사용했다는 데 있다. 도와 관련 업체 간의 은밀한 커넥션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정업체의 작품을 선정해주기 위해 여타업체에는 감점기준 내용을 숨기고 특정업체에만 정보를 흘려줘 감점을 피하게 했다는 의혹인 것이다.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업체만 제주도 가 제시한 용지를 사용한 것을 우연이거나 해당업체의 선경지명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 했다면 사전에 심사 감점 기준을 참여업체에 알려주는 것이 정상적 행정행위다. 그래야 공정게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는 이를 무시했다. 도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명을 해야 하고 불공정 게임에 의해 선정된 업체의 작품은 취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