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안 받는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사주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만한 소리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근로자가 원해서 스스로 월급을 포기하는 대신 '사납금'을 절반으로 깎자는 것이다.
매일 들어오는 기사들의 사납금으로 회사를 꾸려야하는 사주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지만 '일할 사람이 없는 데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이를 받아들이는 '불경기가 아니면 접하기 힘든 근로계약'이 도내 택시업계에 번지고 있다.
불경기에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고 월급에서 공제하다 보면 월급날 빈 봉투를 쳐다봐야 할뿐더러 특히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목전에 둔 일부 기사들은 오히려 돈을 채워놔야 하는 탓에 자연발생적으로 생겼다는 것이 업계측 설명이다.
도내 H택시 K모(63)기사는 매일 내는 사납금 12만원 대신 '퇴직금만 적립해주는' 조건으로 6만원만 입금시키기로 하고 한달 13일 영업에 나서고 있다.
K기사는 "6만원을 내면 1~2만원 남는 데 이 돈을 생활비로 쓰고 있다"면서 "한달 50만원 벌면 괜찮은 편이라고 여겨야 한다"고 택시업계의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K기사는 "연료 값이 워낙 올랐고 경기가 어려운 탓인지 택시손님도 크게 줄었다"며 "24시간 일하면서 세끼 챙긴 먹은 게 오래 전 일"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래도 예전에는 나이 많다고 일을 안 주더니 요즘은 회사측에서 일 하라고 요청한다"는 K기사는 "노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지만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업계측은 "퇴직금적립도 마다하고 1만원을 덜 내겠다는 기사들도 많다"며 "회사측으로서는 수입금이 크게 줄어 경영이 힘들지만 세워두는 것보다는 이익이라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 제주사무소 김건종 근로감독관은 이러한 업계사정에 대해 "회사와 근로자와의 근로조건 계약에 관한 사항으로 위법이라고 볼 수 없지만 최저임금 조항은 주목하고 있다"며 "워낙 불경기라 나타나는 현상인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