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사 만화
재미있는 시사 만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년 1월 6일, 모 일간 중앙지에 그려진 네 커트 짜리 시사 만화가 재미있다. 땟국이 줄줄 흐르는 교육부 수장이 목욕을 한 후 더러워진 시커먼 땟물로, 하양 종이에 시커멓게 ‘개혁’이라고 큼직이 쓴 족자를 내거는 만화였다. 만화는 그것으로 완결되었지만, 다음 커트가 이어졌다면 족자를 거는 의젓한 그 모습을 보고 돌아서서 낄낄거리며 비웃는 수많은 대중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졌을 것이다.

웃으며 수군대는 사람들을 그려 넣지 않아도 그는 교육 부총리가 된지 57 시간만에 그 자리를 내놓았다. 청렴하지도 않았고 정직하지도 못했기 때문일 것 같다. 대단히 쇼킹한 사건이었지만, 우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장관들 중에 청렴과 정직의 본보기를 보여준 인물을 보기는커녕 대다수 오염과 부패에 절어있던 장관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이번도 심상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임명장의 먹물도 마르기 전에 물러난 장관들이 어디 한 둘뿐이었던가.

이럴 때일수록 일석(一石) 선생의 ‘딸깍발이’라는 수필 속의 꼬장꼬장한 샌님들이 그리워지는 건 비단 나뿐일까. 융통성 없고 제 고집대로만 좌고우면 않고 외길을 걸었던 예전의 생원님들은 요즘 세상에선 당장 동물원에 놓여지거나 왕따가 될 처지겠지만, 이들의 자존심과, 얼어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는 지조는 오늘도 우리가 지녀야 할 행동 덕목이다.

‘청렴개결(淸廉介潔)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로서 재물을 알아서는 안 된다. 어찌 감히 이해를 따지고 가릴 것이냐. 오직 예의, 염치가 있을 뿐이다. 인(仁)과 의(義) 속에 살다가 인과 의를 위하여 죽는 것이 떳떳하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배울 것이오, 악비(岳飛)와 문천상(文天詳)을 본받을 것이다. 이리하여 마음에 음사(陰邪)를 생각하지 않고, 입으로 재물을 말하지 않는다. 어디 가서 취대(取貸)하여 올 주변도 못 되지마는, 애초에 그럴 생각을 염두에 두는 일이 없다’

고고한 학처럼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국어학의 심도와 고도를 확장하면서도 속세의 혼탁과 부정에 대한 일석 선생의 추상같은 일갈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였던들 그도 이렇게 참담한 결말을 모두에게 보이질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좀 천천히, 그리고 우직해질 필요가 있다. 빨리 셈하고, 민첩하게 행동하여 남보다 앞섰다고 성공한 자가 아니요, 돈에 둔감하고 눈치가 없어 뒤쳐졌다고 실패한 삶이 아니다.

빠른 자가 이룬 일은 구멍이 크고 많아도, 느린 자가 해낸 일은 촘촘하다. 빨리 뛰다가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는 경우는 본 적이 있어도, 느릿느릿 걷는 자가 엎어지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재물과 요령과 민첩성으로 성패의 판별 척도를 삼아선 안 된다. 주머니가 비고 우직하나 도덕성에서 당당하고 자신의 일에 성실하며, 주위에 믿음과 편안함을 준다면 그게 성공한 삶이다. 돈이 많든 적든, 명예가 높든 낮든, 권력이 있든 없든 그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05년 2월, 모처럼 따뜻한 어느날, 중앙 모 일간지 네 커트 시사 만화에는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새롭게 임명된 어느 장관이 청렴과 정직이 녹은 하양 물로, 부정과 부패로 시커멓게 오염된 검은 종이에다 ‘개혁’이라고 큼직하게 쓰고 의젓하게 벽에 높이 거는 모습이다. 검정 색 위에 쓰여진 하양 글씨가 너무도 눈부시게 도드라져 검정 종이가 서서히 표백될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환성을 지르며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친다.
이게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부 태 림 논 설 위 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