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이 만드는 기적, 소방차 길 터주기
도민이 만드는 기적, 소방차 길 터주기
  • 제주매일
  • 승인 2012.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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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민 여러분도 급한 일 때문에 차량을 운행하다가 차가 막혀서 초초한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119대원들도 막힌 길에서, 또 아무렇게나 주정차된 차량 때문에 출동시간이 늦어질때마다 초조한 경험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있다고, 또는 집에 불이 나서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전화가 걸려오고 그 목소리를 들으면 출동하는 119대원들도 덩달아 다급해 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119가 아무리 빨리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고 해도 기다리는 시민들은 다급한 마음 때문에 항상 늦게 온다고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소방차량을 타고 각종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다 보면 우리를 더 다급하게 만드는 것은 아무렇게나 주정차된 차량이나 잘 피양해 주지 않는 차량으로 인해서 출동이 늦어질 때다. 그렇게 해서 현장에 도착하면 왜 이렇게 늦었냐고 119를 질책 하시는 도민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119대원들도 사람인지라 불법 주정차 된 차량들과 빨리 피양해주지 않는 차량들 때문에 도착이 늦어졌음을 변명하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런 변명이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에게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저 다 참고 받아 넘기며 속으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 생명이 위급할 때에 1분, 1초는 생과 사를 가르는 중요한 시간일 수도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1분, 1초는 수백만원, 수천만원 또는 그이상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도민여러분께 몇가지 당부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째, 도민여러분의 가족이 생명이 위독하거나 여러분 집에 불이 났을 때 소방차량이 출동한다고 생각해서 주차 할 때는 소방차량이 지나갈 공간은 충분히 확보되었는지를 살펴주시길 바란다. 둘째, 차량 운행 중 소방차량이 싸이렌과 경광등을 켜고 출동 할때는 신속히 길 옆 보도쪽이나 도로 한쪽으로 피양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언젠가 TV영상에서 외국 소방차량이 출동할 때 도로를 달리던 차량들이 마치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처럼 도로 양 옆으로 피양하여 소방차가 원할히 출동 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장면을 본적이 있는데, 그 때는 정말 부러움을 넘어 기적을 보는 듯한 경이로움을 느꼈었다. ‘바로 이것이 성숙한 시민과 사회가 만들어내는 기적이구나’ 하고 말이다.

119소방공무원들은 항상 염원한다. 오늘도 출동하는 우리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먼 훗날에는 이러한 기적을 매일 봐서 식상해지기를…


동부소방서 구좌119센터장 김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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