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유혹(誘惑), 불멸의 불륜(不倫)
불멸의 유혹(誘惑), 불멸의 불륜(不倫)
  • 제주매일
  • 승인 2012.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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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얘기다. 오래전 미국에서 가정부부들의 탈선이력을 조사한 내용이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한글 성인잡지(www.mono-magazine.com)에 따르면 미국인의 70%가 결혼 생활 중 가끔 혼외정사를 한다는 조사 결과를 게재했다. 최근에 어떤 대학 교수가 인터넷에 올린 내용이다. 그 교수의 지론에 따르면 가정의 불행은 75%가 모세의 십계명에 “간음하지 말라”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가장 정확한 성보고서로 인정받고 있는 '킨제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여성의 반 이상의 결혼할 당시에 처녀가 아니었고, 더구나 4분의 1이나 되는 가정주부들이 혼외정사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37%의 남성 (여성은 19%) 은 사춘기와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은 오르가슴을 느끼는 동성연애의 경험이 있다고 보고하였다.<lawlib.dongguk.guk>

이 보고서 내용을 빌리면 대졸 남성인 경우 30대에는 바람을 덜 피우다가 50대가 되면 거의 1주일에 한번 이상씩 애정 행각을 벌인다는 것이다. 임금이 낮은 남성 육체노동자는 20때 초반에 불륜에 푹 빠졌다가 40대가 되면 벗어난다고 한다. 여성은 30대 중반 에서부터 40대 초반까지 간음 관계가 절정을 이룬 다는 말이다.

간음(姦淫)의  역사는 길다. 신화 전설 표준사전에 의하면 불멸의 간음은 비난받는 일로 간주 되면서도, 어느 시대, 어느 문화권에서도 간음은 유행되면서 불멸의 문화로 자리를 지켜왔다는 것이다.

불멸은 간음과 불륜에서만 끈질기게 이어져 온 것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모든 문화에 끈질긴 생명력으로 이어져 오는 것은 생명의 본질이고 문화의 시초다. 그래서 인간 세계에만 문화가 있는 지도 모른다.

불멸의 작품, 불멸의 영혼, 불멸의 사랑…. 불멸이라는 단어를 써도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불멸의 유혹, 불멸의 불륜은  듣기에 썩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좋은 어감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실은 사실이다.

유혹은 불멸이다. 간음도 불멸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욕망을 부추기는 유혹도, 불륜도 사라지지 않는다. 유혹은 인간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인간과 더불어 간교해졌다. 아마 우리가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우리를 가장 집요하게 괴롭힐 것도 다름 아닌 유혹이고, 우리가 죽은 후에도 유혹은 살아남아 후손들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유혹은 은근하고 친밀한 목소리로 다가오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접근하며 가장 인간적이고 소박한 이유로 현혹시킨다. 뿐만 아니라 유혹은 거절할 수 없는 본능적인 곳을 건드린다. 때로는 너무도 합리적이어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유혹은 이렇듯 우리 주위를 날마다 24시간 배회한다.

그러나 낚시 바늘의 미끼가 아무리 먹음직해도 물고기를 위한 것이 아니듯, 유혹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

모든 유혹은 우리를 낚아채기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윤택하고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훔치고 우리에게서 빼앗고 우리를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유혹이 나를 노리는가. 불멸의 유혹 세 가지는 성, 돈, 권력이다.  성의 유혹, 돈의 유혹, 권력의 유혹 앞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죽는 날 까지 우리는 이 유혹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sex)은 영원한 마력이고 매력적이다. 돈도 그렇다. 오죽하면 '죽어도 돈벼락 한번 맞고 죽고 싶다'고 하겠나. 종교의 경전에서는 성, 돈, 권력을  악의 뿌리'라고 말한다. 불가에서는 이를 ‘삼색(三色)’이라고 한다.  삼색은 악의 근원이 아니다. 삼색을 유혹하는 것이 악의 근원이다. 삼색을 유혹하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불륜과 간음을 범한다.

성적 유혹도 갈수록 대담하고 음란하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언제나 음란한 콘텐츠가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한다. 휴대전화에 삭제하기조차 힘든 양의 유혹이 범람한다. 방송 드라마는 불륜이 상식이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비정상으로 비칠 만큼 줄거리가 민망하다.

돈의 유혹과 성의 유혹, 권력의 유혹은 더욱더 짙은 스토리가 된다. 지식도 인기도 종교도 권력이다. 전문가의 길과 권력의 길이 있다면 기꺼이 권력의 길을 택한다. 수십 년 한길로 정진하다가도 권력의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면 바람 앞의 촛불이다. 

권력의 탐욕은 밑 빠진 독이어서 모든 권위를 삼켜도, 삼켜도 멈추는 법이 없다고 한다. 불멸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멸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도도한 세속의 세태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불멸의 유혹은 맑은 물에 잉크를 서트 듯 순식간에 번져나간다.

그러나  말없이 소리 없이 이름 없이 세태를 거슬러 세상에서 맡을 수 없는 향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하지 않아도, 알려지지 않아도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고 가슴 가득히 꿈을 담고 영혼 가득히 자유롭게 불멸의 유혹을 이기고  비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직 자기분야에서 묵묵히 자신을 지키는 바로 이웃들이다. 이들은  절대적 자연을 숙명으로 인정하면서 상대적인 삶에서 자유라는 것을 터득한 사바세계의 부처들이라면 과장된 추리라고 할지도 모르지만……팩트이기 때문이다.

수필가 김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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