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민 제주도지사는 가칭 ‘제주맥주’가 민간사업자 공모에 실패하자 규모 축소를 전제로 이 사업을 제주도 개발공사에 떠넘겨버렸다.
당초 제주맥주는 제주도가 전체 주식 지분 25% 94억 원을 출자키로 하고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민간 사업자 대상으로 3차에 걸쳐 잔여 지분 참여 희망자를 공모해 왔다.
그럼에도 사업 참여를 위한 경쟁은커녕 단 한 사람의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제주맥주 사업자 공모가 실패로 끝나버린 것이다. 이유는 물으나 마나다. 사업성 불투명 때문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우근민 지사는 규모를 크게 줄여 아예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에서 ‘제주맥주’사업을 맡아 추진토록 방향을 선회시켰다. 즉, 제주도가 처음 계획했던 ‘제주맥주’ 연간 생산량 1만5000㎘를 100배도 더 줄인 108㎘로 후퇴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우근민 지사가 내세운 변명이 있다. “현재 제주맥주 사업이 첫 구상과 크게 빗나갔다”는 것이다. “소규모 맥주사업을 벌이고 있는 일본 ‘아오모리’현(縣)을 벤치마킹해서 청정 삼다수와 제주산 보리로 생맥주를 생산, 관광객이 제주에 와야만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첫 구상이었다”며 “이는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사항”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 구상이 담당부서 사업추진과정에서 관련 업계와 경쟁해야 하는 대형 사업 구도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마치 장기간 갈팡질팡해 온 ‘제주맥주’의 책임이 도지사의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담당부서에 있다는 식의 뉘앙스다.
그렇다면 오랜 기간 용역이 진행 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11월부터 반년에 걸쳐 3차례나 민간 사업자를 공모했던 사실 조차 우근민 지사는 몰랐다는 것인지 해석하기 쉽지 않다.
만약 우근민지사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다 해도 문제요,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대형 제주맥주 사업이 지사 의중과 동떨어지고 있음을 미리 알았다면 반드시 초기에 바로 잡아 줬어야 했으며, 그 반대로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면 도지사가 그동안 뭘 했느냐는 문제가 따른다.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제 우근민 지사는 ‘제주맥주’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아울러 담당부서의 잘, 잘못을 탓할 계제도 아니다. 그리고 감귤가공공장, 호접란 사업 등에서 보듯 여차하면 문제 사업을 개발공사에 떠넘기는 일도 앞으로는 없어야 한다. 우선 모양새부터도 썩 좋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