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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회 추경 예산안을 심의하는 도의원들에 대한 비판과 질책이 거세다. “염치가 없다”거나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비판의 수위를 뛰어넘어 훨씬 거칠고 투박하다.
도정 살림살이 예산이 제대로 편성되었는지를 심사하는 각 상임위원들의 행태가 공적 기능에서 벗어나서다.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도민의 혈세로 조성되는 예산을 지역구 별로 ‘떡 반 나누듯 나누는 관행’이 올해도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도는 올해 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 도의회에 넘겼다. 당초 예산보다 6.7%(2068억원) 증가한 3조2831억원 규모다.
그런데 이 추경안은 도내 결식아동이나 시설 아동 노인 복지 등 10만원~20만원도 없어 해마다 허덕이는 취약계층의 편의시설 보강 등은 외면하고 상대적 여유계층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할 아파트 시설 공사비 등에는 수천만원씩 펑펑 쏟아 부어 삶의 질 양극화 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어렵고 힘든 도민의 삶의 질 걱정보다는 특정 단체나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선심성 예산이나 1회성 전시용 행사비로 거액을 편성하는 불균형 예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예산심의에 임하는 상임위는 이러한 지적의 실체에 접근하고 바로 잡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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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관련 상임위는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하다. 겉으로는 선심성이니 전시용이니 비판의 시늉을 하면서 뒤에서는 자신의 지역구 챙기기에 혈안이 되었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위성곤)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행자위는 심사소관 세출 예산안에서 3억4300만원을 삭감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래놓고 삭감된 예산액의 상당부분을 자신들의 지역구 사업에 신규 편성하거나 증액하는 후안무치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행자위가 수정한 추경예산안 중 증액부분을 보면 한림읍 민간경상보조비 2500만원, 애월읍 민간경상보조비 2000만원, 노형동민간자본 보조 8500만원, 동흥동 행사운영비·사무관리비 등 1000만원 등이다.
그런데 이렇게 세출예산이 증액된 지역이 모두 행정자치위원장과 행정자치위원들이 지역구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동흥동은 행자위 위성곤 위원장의지역구다. 한림읍은 박원철 위원, 애월읍은 박규현 위원, 노형동은 김승하 위원으로 모두가 행자위 소관 관련예산을 심의했던 지역구 의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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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들이 모개로 짬짜미하고 지키라고 맡겨놓은 예산을 몰래 나눠 챙긴 꼴이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던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개인 아파트 관리시설 공사비를 공적 예산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제주시 관내 7개 아파트 관리시설 공사비로 1억4600만원이 공공예산으로 편성됐는데도 관련 상임위 심의에서 원안 통과시켜 버린 것이다. 동료의원 지역구 예산이어서 알아서 모른 채 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도의회의 추경예산안 심의가 얼마나 사적 연줄에 의한 ‘짜고 치는 고스톱’인지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정에서 물이 새, 걸레 들고 벌서듯 물을 받아내는 어린이 수용시설이나 지역아동센터, 경로당에서는 한 푼이 없어 쩔쩔 매는 데 거액의 특정 아파트 시설공사비를 거리낌 없이 원안통과 시켜버리는 도의원들을 진정한 도민의 심부름꾼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역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도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이해 할 수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공적 예산을 사적 영역으로 끌어들여 분탕질 하는 도의회의 예산심의까지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지탄받아 마땅하다. 반성하고 부끄러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