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었다. 견학코스가 실외여서 엄동설한에 설명하고 안내하는 일은 결코 녹녹치 않았다. 우리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귤 한봉지, 떡 한조각 손에 꼭 쥐어주시면서 하시는 고맙다는 말은 언 가슴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그리고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천안함 46용사의 가족들이 방문했을 때였다. 자식 잃은 어머니의 한없는 눈물과 아버지의 비분강개를 보았다. 내 가슴마저 먹먹해지고 같은 해군으로서 솟아나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외국인들도 있었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인 남한과 북한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었다.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반동강난 군함을 보며 그들은 한국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할까.
외국인들의 눈빛을 보며 나는 마음속에 의문이 일었다. 대한민국의 자식들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차가운 바다 속에서 죽어갔다. 그런데 정작 우리 젊은 세대는 왜 무관심한 것일까.
물론 젊은 세대의 코 앞에 닥친 취업과 진로의 문제로 국가안보는 그저 먼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의 무관심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종북좌파의 구호에 속아 손쉽게 비겁한 평화를 선택하고 있는데서 오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우리 군 안에서만 “항재전장, 정신전력 강화” 구호를 외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안보의 중요성을 함께 공감해야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모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예능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특히,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1박2일에서 찾은 식당은 순식간에 발 딛을 틈이 없는 유명식당이 되고, 무한도전에서 찾은 유원지는 순식간에 전국적인 관광명소가 될 정도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에서 천안함을 찾는다면? 유재석이 천안함을 안내한다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천안함으로 대변되는 북한의 도발 실상과 우리 안보현실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형성된 온 국민의 안보의식은 철옹성처럼 대한민국을 지켜줄 것이다.
딱딱한 것은 배척받는 시대이다. 안보도 재미있어야 한다. 종북좌파들은 교묘하게 자신들의 논리를 포장한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여 논리를 마비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무섭게 전염된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안보도 감성을 자극해야한다. 감동을 주어야 한다. 쉬워야 한다.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한반도의 안보에는 먹구름이 끼어있다. 종북좌파들이 활개를 치며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획책하고, 국가의 근간을 흔들려는 이 시대에 안보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시대적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유재석이 천안함을 안내하는 그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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