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의 단상
겨울밤의 단상
  • 김찬집
  • 승인 201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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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우리 사회에는 성실한 사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매일같이 매스컴에 터져 나오는 대소 사건들의 공통점은 거의 불성실한 인간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옛날 대낮에 촛불을 들고 그리스 거리를 헤매면서 의인(義人)찾기에 골몰했다는 디오게네스의 일화가 새삼스럽게 되살아난다.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자기가 걸치고 다니던 누더기 옷이 없어지고 호화찬란한 귀족 옷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한 디오게네스는 서슴없이 알몸으로 나왔다는 그 의기와 강직성이 못내 그리워지는 요즈음이다.
성실한 사람은 정직과 신의를 기본으로 삼는다. 남을 이용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거나 가식(假飾)하는 일도 없다. 누가 뭐라고 하던 자기에게 부여된 역할만을 묵묵히 실천할 따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건강증진을 위해 땀 흘려 운동을 하는 것처럼 성공적인 인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성실한 마음자세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는 말에는 누구나 동의 할것 이다.
일찍이 중국의 대학자였던 사마온공(司馬溫公)은 마지막 임종 때, 찾아온 제자들에게 정성 성(誠)자 하나만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즉 학문을 하거나 사업을 하거나 그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성실하게만 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고, 후회하는 일도 없다는 것을 강조함이었다.
또 공자의 수제자였던 증자도 매일 세 번씩 반성하라는 뜻의 일일삼성(一日三省)을 가르쳤는데, 이 역시 모두 성자(誠字)를 주제로 삼고 있음은 매우 의미 깊은 일이다. 그가 제시한 첫째의 반성은, “내가 남의 일을 맡아서 수행했을 때 과연 성실하게 했는가?”이고, 둘째 반성은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 성심을 다했는가?”이며, 셋째 반성은 “스승으로부터 배운 학문을 성의를 다해 잘 익혔는가?”라는 것이었다.
우리 조선조의 대학자였던 퇴계 역시 이 성실성에 얽힌 일화를 많이 남겼다. 그는 오로지 자기 학문에 성실하기 위하여 여러 차례에 걸친 임금의 출사(出仕) 명령도 고사(固辭)했다. 성균관 교리와 대사성, 부제학과 공조참판의 벼슬마저 사양한 그는 고향인 안동에 내려가 후학양성에만 전념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정신적 사표(師表)가 된 것이다. 오늘날 출세영달을 위해 온갖 추태를 연출하고 있는 세태에 비추어보면 이 얼마나 감동적인 교훈인가!
얕은 꾀, 이기적인 지혜만을 쫓는 세태풍조는 결코 희망 있는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돈을 버는 일이라면 남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부모까지도 서슴없이 살해하는 패륜적 범죄행위가 다반사로 저질러지고 있음을 보고 있노라니, 선진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우리의 마음은 더욱 울적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아무리 생존  경쟁시장이라지만 이해타산에 따른 꼼수들의 수법을 한참 후에 알고 나면 긴 긴 겨울밤이 지새우기가 어려울 때가 가끔 있다.
상대방이 꼼수 같이만 생각되어  속상해서 새벽까지 잠들지 못하고 하얀 밤을 보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다. 애써 잊어보려고 술도 마시고 수면제도 먹어 보았지만 원망을 이겨낼 수가 없어 마음의 감기홍역을 치른 경험들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내속을 뒤흔든 사람은 지그쯤 쿨쿨 자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속상하다.
속상해서 마신 술은 나의 간 건강을 나쁘게 할 것이고 잠들기 위해 삼킨 수면제도 나의 건강을 악화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의 영혼은 상처투성이다. 그러나 나는 잠 못 이루는 하루 밤 동안 많은 것을 얻은 것이라고 자위 해보곤 한다.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좀 더 유연하게 살고. 마음을 외부의 기대와 자부심, 망신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거의 모든 것을 버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생각해보려고 다짐 해본다.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상기도 해본다.  아까운 게 많다고 하는 생각의 덫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우리는 이미 알몸이다. 이 가슴의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닌가?,
삶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성장을 위한 고통을 줄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가족과 더 화목하며, 지인들과 자주 어울리고 내가 죽을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 될 지를 생각해 보는 것도 마음공부다 .근심, 걱정, 원망 등 속상해서 잠을 자지 못 한다는 게 꼭 손해 보는 것만은 아니란 걸 배우는 것이다. 근심, 걱정, 원망. 스트레스라는 시련에 밟혀 쓰러지면 고통이 되지만 그걸 지팡이 삼아 걸어 나가면 정상에 올라가는 도구가 되는 것일 수 있다. 시련과 스트레스는 사람을 빛나게 할 뿐 아니라  향기롭게 만드는 촉매제 일 수 있다. 풀을 베면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건 상처에서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다이아몬드가 귀한 것은 갈고 닦는 혹독한 시련을 거쳐 찬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DNA를 가졌더라도 혹독하게 갈고 갈아내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만, 자신의 마음을 이겨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 문제는  자신의 제일 무서운 적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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