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분의 삶의 철학과 가치를 생각해 보는 것만도 가슴속의 숨의 가빠 올랐다.
몇 장을 넘기면 스텐버드대학교 졸업식연설에서 세계를 매료 시켰다는 말이다. 여러분은 계속 갈구하고 계속 바보가 되십시오.(Stay hungry and stay foolish)라고 했다. 사람의 삶은 조금 바보스러워야 성공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조시대 다산 정약용도 그런 말을 했다. “둔체알 민예첩(鈍滯?敏銳捷)”이라고 했다. 이 말은 약삭빠르고 재빠른 천재보다는 미욱한 둔재 노력이 훨씬 더 무섭고 고무적이라는 의미다 .스티브 잡스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아기는 태어나느라 바쁘지 않으면 죽느라 바쁠 수밖에 없는 것”라고도 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도 공부도 안하고 직장도 구하지 않으면서 부모에게 얹히어 사는 니트(neet)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니트족은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교육이나 직장을 원하지 않는(not, education, employ, or training)계층을 의미한다. 스펙(spec)족에 정반대 말이다. 실제 영어사전에 ‘스펙(spec)은 사양, 혹은 사용설명서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기술 되어 있다. 그래서 직장을 구하기위해서 스펙을 쌓는 젊은이들은 ’사용설명서‘라는 의미를 빗대어 “우리가 기계다”라고 삶의 어려움을 풍자한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의 학력, 토익, 학점, 자격증 따위를 합친 것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스펙’이라는 같은 단어를 두고 영어사전에서는 제품에 관한 용어로, 국어사전에서는 사람에 관한 용어로 설명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일부 니트(neet)족을 제외하면 온통‘자신의 사양’을 높이려고 스스로를 제품으로 풍자하며 그 제품을 돋보이도록 하기위한 토익점수, 자격증 등의 획득을 자산의 증가로 차변에 저장하고 시험의 낙방이나 경쟁에 떨어지면 자산의 감소로 대변에 저장하며 푸른 청춘을 투자한다.
같은 맥락에서 ‘스펙열풍’을 회계학적 관점에서 보면, 왜 요즘 젊은이들이 절망할 수밖에 없는지 금세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회계학적으로 한 인간의 ‘가능성’을 자신의 가진 ‘스펙’ 즉 졸업장, 수료증, 연수경력, 자격증 등으로만 평가 한다면, 그것은 곧 회계학상의 ‘고정자산’개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는 고정자산은 건물, 토지 등 기업이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영업활동에 사용 하고자 취득한 자산으로, 판매 또는 처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들을 의미한다.
우리는 청소년들의 ‘스펙’이 곧 기업의 ‘고정자산’이라는 회계학상의 용어와 이렇게 일치하는지 알 수 있다. 우리들은 얼마나 심각한 물질만능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 할 수도 있다.
‘스펙’이 고정자산이라면 고정자산에 대한 감가상각비를 대변에 계산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의 경우는 어떨까? 요즘 사교육 열풍을 감안 하지 않더라도 한 삶의 일생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설령 운이 좋아 쉽게 취직 했다 하더라도 이후부터 자신은 자신의 투입한 비용에 대한 감가상각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회계원칙이다. 그러나 과거 우리들 세대는 직장을 다니면 거의 보상을 찾는 시대였지만 요즘 젊은 청소년들은 감가상각을 통해 회수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비용을 투입되고 있다. 그 와중에 얻은 기회(직장)마저 불안정하거나 급여가 충분치 않다면, 지금 우리시대 청소년들은 평생을 걸쳐 자신의 비용을 감가상각조차 하지 못한 채 일생을 마무리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절망적 구조인 셈이다.
만약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본전마저 회수 할 수 없다면, 그 기업의 구성원들은 탈출을 모색 하겠지만, 그것이 자신이 문제라면 탈출구가 없다. 이런 구조라면 청년들이 시시포스의 바위(그리스 신화)를 밀어 올리며, 미래를 꿈꿀 수 없다면, 그 사회의 미래도 없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사양’으로 평가하는 구조를 과감히 혁파해야 한다. 그 출발은 인재를 선발하는 방법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성을 기준으로, 인간성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지금 우리 후배, 자식들은 숨을 못 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청소년들의 숨통부터 틔우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부터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또한 실패도 자산증가로 차변에 올일 수 있도록 청춘의 대차대조표의 균형을 잡는 것은 직장 잡기 쉬운 시대에 직장생활을 한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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