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생산으로 월동 무 가격이 폭락하면서 제주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 농가에서는 아예 출하를 포기하고 산지폐기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서 농사를 짓는 고권섭씨(45)는 22일 그동안 애써 키운 무 수확을 앞두고 무밭 1만2000여㎡를 모두 갈아엎었다.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산산히 조각난 무가 나뒹굴었다.
가격이 폭락하는 바람에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자 결국 눈물을 머금고 밭을 송두리째 갈아엎은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이날 오전 월동 무 산지폐기 면적 확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밭을 갈아엎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다른 지역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월동무가 제 때 출하되지 못한데다 생육기의 잦은 비 날씨 때문에 품질까지 나빠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주요 소득작물인 월동무의 유통 대란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지역경제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월동채소의 대표작물인 무는 제주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지난해 이 맘 때는 월동 무를 출하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올해는 출하 자체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날 현재 제주지역 무 거래가격은 6500원(18kg 기준)으로 평년보다 1000원 정도 하락했다.
이들은 “무 가격이 폭락한 것은 지난해 김장 무와 배추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가 파종을 권장하면서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따뜻한 겨울 날씨가 지속되면서 다른 지역의 물량이 과잉 출하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농협과 행정당국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이들은 “가격이 폭락해 출하도 못하는 상황임에도 농협과 행정당국은 ‘농협 계약재배 물량에 한해 산지폐기한다’는 미봉책만 제시할 뿐”이라며 “농민들은 안중에도 없느냐”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어 “농협과 행정당국은 조속한 산지폐기를 통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유통 대란을 해결해야 한다”며 산지폐기 물량을 확대해 줄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