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메세나 운동
예술 메세나 운동
  • 김관후
  • 승인 20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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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우리지역 문화의 근본입니다. 문학인의 모습에서 제주인의 참 모습을 찾고자 합니다. 문학인의 모습에서 제주의 미래를 찾고자 합니다. 이럴 때 선생님을 우리의 진정한 후원인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문학 메세나’운동의 참여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문사모’운동의 참여자로 모시고 싶습니다.”
제주문인협회는 지난 2007년 3월 28일부터 ‘문학메세나 운동’을 시작하였다. 참여 계좌번호까지 공개하여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제주지역의 문화를 사랑하고, 제주의 미래를 걱정하는, 기업인 혹은 독지가들이 문학인 혹은 그 단체를 지원함으로써 문학을 통한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뿌리내리도록 하는 문화사랑 운동이라고 정의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제주문협이 추진한 문학메세나 운동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참여자가 극소수였으며 지금은 거론하는 사람조차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사뭇 궁금하다.
예술의 시작은 후견인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다. 때문에 패트론(Patron), 메세나(Mecenat), 스폰서(Sponsor) 등 후견인을 지칭하는 용어 또한 여러 가지다. 패트론은 예술적 능력이 있으나 경제력이 없던 예술가를 후원하는 보호자로서의 의미가 크다. 피렌체의 메디치 가(家), 프랑스의 퐁파두르 부인 등이 대표적이다.
메세나는 보상을 바라지 않는 순수한 후원이라는 점에서 예술 활동에 개입하기도 하는 패트론과 차이가 있다. 패트론과 마찬가지로 우리말로 ‘후원자’로 번역되는 스폰서는 주로 스포츠 영역에서 쓰이며 상업적인 계약에 따른 후원자를 말한다.
현대의 메세나는 1967년 미국에서 출범한 예술지원기업위원회(BCA :Business Committee for the Art)를 모태로 한다. BCA는 당시 체이스 맨해튼 은행 회장이던 데이비드 록펠러가 기업의 사회 공헌 예산 중 일부를 문화 예술에 할당할 것을 장려하는 기관 설립을 제안해 이루어졌다. 이때부터 ‘메세나’가 지금의 뜻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기업들의 문화 예술 지원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면서 1970년대 이후 유럽 등 각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76년 영국예술위원회와 정부의 문화언론체육부가 공영 단체 ‘ 아츠 앤 비즈니스(Arts & Business’를 함께 설립했고, 아일랜드에서는 기업 메세나 활동을 이끄는 ‘비즈니스 투 아츠(Business to Arts)’가 발족했다.
그 후 한국에서는 1994년 기업메세협의회가 발족돼 현재 200여개 회원사가 가입해 2000억 원 이상을 문화 예술 분야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걸음마 단계라 할 수 있다. 한국의 메세나는 대부분 문예진흥기금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문예진흥기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조성· 관리하고 운용한다. 국가차원의 문화예술 지원활동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업과 개인의 참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제주에서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그 일익을 담당하고, 매년 문예진흥기금 수혜자를 모집하고 있다.
필자 역시 과거 문예진흥기금을 받고 두 권의 소설집과 두 권의 시집을 발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최근에는 ‘제주4·3에세이집’을 발간하는데 제주4·3평화재단의 도움을 받기도 하였다.
나눔과 공감이 확산되고, 기업과 공공 기관의 사회 공헌이 강조되는 가운데 빵이 아닌, 공연과 문화를 나누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문화와 예술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예술도 음식처럼 경험을 통해 그 즐거움과 추억을 확장해나가는 작업이기에 소외된 사람들에게 예술의 효과는 소통을 넘어 감동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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