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에게 일자리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란
  • 김경아
  • 승인 2011.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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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전 아침7시 강원도로 출장 간 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전화기로 반장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직원,,,난 디이 오늘 일해질 거 어떵 헐 거? 일해 질건가아?” “무사마씀 지금 육지 올라왕 이신디 ... 비올거 닮으꽈?”  “응 왐서...” “할머니 비오는 날은 나오지 마시랜  말씀드려나신디”  “알암주게...겅해도게 직원한티 고랑 해사주”
 전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탓인 듯 아침 단잠을 자고 있던 난 할머니의 전화로 잠을 깨고 말았다.
 노인일자리 담당을 했던 직원들은 한번씩 경험했을 일일 것이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면 동사무소 마당은 골갱이하나씩 드시고 무장하신 할머니들로 가득 찬다.
 그리고 빨리 일터로 가자신다.... “무사 일찍들 오셤 수가게... 시간 맞형 오심 좋을건디... ”
 “집에 이성 뭐 헐 거라... 새벽부터 눈만 멀뚱멀뚱 허느니 나와 불주” “맞다게..” “기라,,, 천천히 걸어오당 보문 늦게오젠 해도 이시간이라..” 여기저기서 할머니들의 화음이 이루어진다.
 작업장에서도 할머니들과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가 계속되어진다.
 “할머니 차도 위험하고 허리도 안좋으난 그쪽 험한디 허지말고 요쪽에 오셩 조심조심 하십써게... ”““이거나동 어떵가느니...손 붙인건 해불어 사주...”
 올해 2월에도 어김없이 영천동의 경우 노인일자리 배정인원이 23명에 노인일자리에 47명이 신청하시어 건강보험료 납부액등 소득조사 확인 등을 거치고 5개동 노인회장님들의 심의를 거쳐 약 2:1의 경쟁률을 뚫고 7개월간 일을 하실 어르신들을 선발하였다.
신청자중에는 경제력이 있는 어르신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많이 아쉬워하는 어르신들에게 송구스러워 뭐라 위로하지 못해 “이제랑 편히쉽써게... 힘들게 일하지마시고”라고 하시면....
 “놀문 뭐헐거니 꽝만 무겁주...일해질 때 일해사주 ...  얼마나 일이사 해질티”
 “어이 직원...내년에라도 꼭 해줘사 된다이... ”미련을 못 버리시고 당부당부를 하시고 가신다.
 그럴 땐 어르신들에게 매우 송구스럽다.
 그리고 2:1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참여하시게 된 어르신들은 공한지 정비등의  환경지킴이 및 학교앞 교통안전지킴이등에 투입되어 7개월간 정말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하신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고독 등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일자리를 갖는 것이다. 직장과 사업에서 은퇴를 했어도 여전히 일을 통한 건강과 활기찬 사회참여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르신들에게 매일 나갈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하는 7개월간은 담당자는 할머니들과 작은 실랑이들과 웃음들로 좌충우돌, 그리고 사업이 끝날 즈음에는 무언가 모를 숙연함으로 사업을 마무리 하게 된다.
 그 숙연함이란 일자리에 대한 어르신들의 마음자세를 배우게 됨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도 아이들을 키우고 직장생활을 하며 워킹맘으로 일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고 푸념하고 핑계거리들로 대충 그 자리를 피해 가고자 하는 맘이 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일자리의 소중함을 알기에 담당자에게 확인확인을 하고 일에 대해서도 구석구석 까지 끄집어 내어 일을 하신다.. 때론 옆에 가기만 해도 진동하는 파스냄새에 파스값이나 노인일자리 일당이나 그게 그걸 텐데 하는 염려하는 맘들도 있지만 그건 젊은 나의 소견일 것이다.
 노인일자리가 종료된 현시점에 한 두분을 제외하곤 밀감밭으로 다 나가셨다.
 어르신들이 일을 통해 건강한 노후를 보낸다면 그 만큼 사회적 부담도 줄어들어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앞으로 다양한 일자리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하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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