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
디지털노마드(Digital Nomad)
  • 김찬집
  • 승인 2011.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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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7일 미국의 주요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 of A)샌프란시스코지점이 시위대에 점령되었다는 보도다.
시위의 공동주제는 “우리는 99%다”라는 것이다. 지금의 정책은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정치라는 것이다. 미국인구1%가 미국의 전체의 부 40%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월가를 점령한 시위대는 기술을 사용할 기회, 정당한 급여 받을 권리, 자신들의 새로운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뉴스위크지 11월(10010호)의 칼럼내용을 빌이면‘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라는 시위는 일시적 유행보다 훨씬 깊은 의식변화를  주장하면서, 시위에 대해 뭔가 고백해야 할 미국인이 많다.  (A lot of us have to confess something about the Occupy Wall Street protests)는 것이다.
99%현대인들은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어느 공간에서나 생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의 문화심리이며, 철학적 개념인 ‘노마드(Nomad)’와 맥을 같이하는 신세대디지털자유인이라고 설명한다.
노마드(Nomad)란 용어는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가 처음으로 사용하였다. 유목민이란 뜻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노마드를 <일정한 생활 방식에 구애되지 않고 끊임없이 삶을 탐구하고 창조해온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고 정의를 내렸다.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새로운 생존전략이라는 의미다.
가까운 미래에 인류는 3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하였다. 가장 의미심장한 부류는 <유희적 노마드>로, 이 부류에는 고급연구원, 음악가, 화가, 배우, 스포츠스타, 관광안내원 등등이 소속될 것이라 하였다. 한마디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계층임을 시사 했다.
또 하나는 농민, 상인, 공무원, 의사, 교육자, 회사원과 같은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정착민(定着民) 노마드>, 그리고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동하면서 입에 풀칠하는 외판원, 노숙자, 막노동자, 행상인, 노점상 등 극빈 계층의 <인프라 노마드>로 나누어질 것이라 예견했다.
프랑스의 최고의 석학 아탈리는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불모지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체의 방식을 의미하며, 대한민국은 세계11대 강국이자 아시아최대 경제국으로 부상한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민족을 세계적인 노마드 민족이라 할 만하다고 했다. 자크 아탈리의 <21세기 사전>에 의하면 30년 후에 세계 인구의 10%가 이사를 다니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 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자의든 타의든 간에 오래 전에 20%이상의 인구가 유목민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해외동포 700만 명, 기업체 외국 주재원을 포함한 해외여행자 700만 명, 매년 외국인 입국자 500만 명, 외국인 유학생 및 근로자 30만 명, 기타 등등을 합치면 아마 세계 어느 나라보다 우리나라의 인구 이동 비율이 높다는 통계다.(KOSIS)
지금까지의 문학은 정착민 노마드의 삶을 아름답게 그리는 작업이었다. 작가들은 <정착은 정상>이고 <이동은 비극>으로 묘사하였다. 예전에는 떠나는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역전이나 항구는 눈물바다였다. 공항에서 변심한 애인을 먼발치로 보낸 여인은 인생의 진로를 바꾸었다. 군대 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갑돌이가 철석같이 맹세했던 갑순이가 아기 엄마가 되어 생활에 찌들어 있는 눈물겨운 변신을 보면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도록 한국문학이 앞장서고 있었다. 이게 우리나라 40∼50년대 사실주의 단편소설의 테마다.
이제 문학도 노마디즘으로 각색되어야 한다. 탈(脫) 가족, 모계(母系)중심사회, 고향상실, 동성애, 혼음(混淫), 미아(迷兒), 기아(棄兒), 노인 소외, 사이버공간의 연애, 국제결혼, 박사 실업자 등등 지금까지의 윤리의식에 역행하는 주제와 소재들이 독자들의 관심에 불을 붙일 것이다. 마광수 정도의 글 때문에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비극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 출산문제 해결방법을 혼외출산을 인정하자는 KDI연구원보고서 도 노마드와 맥을 같이하는 발상이다. 어떤 리포트에는 우리나라 저 출산을 해결 하는 핵심은 섹스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데카르트의 사고를 포스트구조주의 수준에까지 끌어올려야만 한국문학이 빛을 발할 시대가 된다고 한다.
노마드 시대에는 문학인들의 생각도 시시각각 변하지 않으면 조로(早老)현상으로 침몰하고 말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속도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이제 생각의 속도에 도전하고 있다. 광년을 단 몇 초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속도가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사이보그(cyborg) 터미네이트가 인류를 말살시키려는 절박한 이 시점, 지구마저 규격화시키려는 매트릭스의 세계에서 음풍농월을 읊으며 과거로만 회귀하려는 세력들의 한풀이하는 이들에게 건방진 말이지만 노마디즘을 생각해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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