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 시작은 여유로운 마음에서부터
자동차 운전, 시작은 여유로운 마음에서부터
  • 김영득
  • 승인 2011.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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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 가을의 끝자락에 다가섰다. 단풍잎 곱게 물들던 나무들도 곧 미련없이 잎을 떨어뜨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채 차가운 겨울을 보낼 것이다. 자연의 법칙이 보여주는 규칙성이다. 규칙은 예측을 가능하게 하므로 안정적이다. 예외가 더 많은 인간 세계의 규칙과 비교한다면 자연의 규칙은 그래서 더 경이롭다. 지키라고 만들어 놓은 규칙을 빈번히 어기는 대표적인 것으로 자동차 안전 수칙 미준수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제주도는 한 해 동안 3550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00명이 숨지고 522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2006년 108명을 고비로 2007년 100명, 2008년 96명 등으로 매년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지난해에 큰 폭으로 반전한 것이다. 지역 치안과 교통안전을 맡고 있는 책임자로써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올초부터 교통사고예방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큰 사고 없이 오늘까지 왔건만 최근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교통사고를 보노라면 그간의 노력이 무색해진다.
작년의 사고 발생도 최근 하귀 관내에서 벌어졌던 사고도 그 원인은 대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데 있다. 경찰의 조사 결과 안전운전 불이행이 66%로 가장 많았고, 보행자 보호위반 12%, 중앙선 침범 8.6%, 교차로 통행위반과 과속이 각각 2%로 분석됐다. 결국 사망원인의 대부분이 법규 위반에 기인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너무나 지키기 쉬운 질서, 그것이 왜 그다지도 어려울까? 그 바탕에는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리는 근성, 남보다 먼저 많은 것을 이뤄내려는 빨리빨리의 숭앙은 한국인의 대표 아이콘이다. 덕분으로 현대국가로 나라를 세운지 반세기,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줄기차게 추진한지 한 세대만에 세계 속의 우리 위상은 실로 기적 같은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런 빨리빨리 문화는 동시에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 대교 부실 공사처럼 조급증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조심조심 문화가 자리잡아야 할 자동차 운전에서도 마음의 여유없이 빨리빨리를 외쳐대며 내달리다 사고를 일으킨다.
똑같은 1백미터를 9초에 주파하는 스프린터(sprinter)도 있는 반면에 쉬며 가며 걷다가 골인 지점에 가까워지면 시치미 뚝떼고 길가에 앉아 있는 노자(老子)와 장자(莊子) 같은 이도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휘파람을 불며 주행하는 운전자가 된다면 한결 넉넉하고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여유로운 운전이야말로 교통사고 예방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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