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란의 도가니
광란의 도가니
  • 송순강
  • 승인 201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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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그 하나는 소(牛)의 무릎뼈와 그것에 붙은 고기 덩어리를 말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도가니탕이 바로 그것이다. 영화 도가니가 개봉되기 전에는 사람들이 식객과 같은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가 아닌가 하고 짐작했던 것도 그것이다. 도가니의 두 번째 뜻은 대장간에서 쇠붙이를 녹이는 그릇이다. 작은 용강로인 샘이다. 국어 사전에는 도가니는 단단한 흙이나 흑연 따위로 우묵하게 만든다고 나와 있으며 친절하게 예문을 제시하고 있다. ‘정오에 가까운 태양이 도가니 속 같이 달아올랐다’ 따라서 도가니는 흥분이나 감격 따위로 끓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비유해 본다면 프로야구 플레이오프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좋아하는 구단이 승리할 때 마다 열광의 도가니다.  벼랑 끝에서 홈런 한판 끝장은 흥분의 도가니다. 9회말에 경기를 뒤짚는 것을 감격의 도가니로 쓰인다. 서너달전 광주 청각장애 인화학교에서 벌어진 무차별적인 성폭행 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지고 있다. 교장은 물론 교사들도 덩달아 성폭행하는 이들을 고발하는 과정을 그린 도가니가 엊그제 관객 400만명을 돌파했다.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 광란(狂亂)의 도가니가 온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며 우리모두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된 계기는 영화의 도태가 된 동명 소설가 공지영씨는 신문에 기사가 된 젊은 인턴 기자의 법정 스케치 기사 한 줄을 보고 소설을 구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공씨에게 소설적 영감을 제공한 전남 모 대학을 졸업하고 한겨레신문 기자로 광주에서 잠깐 일했던 이모씨다. 나도 늦게나마 부글부글 타오르는 감정을 누르며 이 영화를 보았다. 앞서 대통령과 영부인도 관람했다고 한다. 대법원장도 취임하자마자 곧바로 찾아간 곳은 도가니를 상영하는 극장이었다. 이 시대의 법을 집행하는 판사 검사 그리고 공직자 교사들도 줄줄이 극장으로 달려갔다. 갈기갈기 심장이 찢기는 가슴을 진정하며 극장을 찾는 청각 장애인들도 인솔교사 수화(手話)로 소통할 때마다 제자와 교사가 부둥켜 안고 울고 있었다. 참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보다 더 깊고 깊은 피눈물이 가슴을 적시고 있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귀먹은 세상이 차갑게 외면한 진실을 확인하는 일은 역시 불편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탄식과 한숨이 절로 나왔다. 거짓과 폭력 앞에서 도가니탕처럼 부글부글 끓으며 분노하기는 쉽지만 그에 맞서 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자고로 인간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끝없는 욕망을 본능적으로 갖고 태어난다. 금욕에 대한 욕심, 명예에 대한 집착 그리고 이중에서도 우리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은 성욕이 아닐까? 그러나 그 대상자가 왜 하필이면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닌 장애인 들이 항거 불능 앞에서무차별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그 상황을 자신 스스로 방어 할수없는 인지가 없기 때문에 피해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다 우리 주변에 마수의 손길은 곳곳에 곰팡이 처럼 기생하고 있다는 것도 간과 해서는 안된다.통계에 의하면 성폭행 사건은 우리나라가 세계 국가중 3위이다.이 중에는 도가니 사건(장애인 폭행사건)은 지금도 전국 하루 평균4~6건의 도가니 사건이 발생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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