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는 인륜도덕의 원리로서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말한다. 윤리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한 예법이자, 인간의 자유에 의해서 실현되어야 할 법칙이다. 즉, 윤리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규정한 것이며 인간이 반드시 지녀야 할 생활가치를 규범화한 것이다.
이러한 생활가치를 동양에서는 도 혹은 도덕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도덕을 물질보다 항상 상위에 두었고, 도(道)야말로 정치와 문화 전반을 주도해야 된다고 믿어왔다. 동양문화를 정신문화 또는 윤리·도덕문화라고 부르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이나 동양인들이 물질을 무시했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행복을 증진함에 있어 물질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그 근원을 인간관계의 조화(調和)에서 찾으려 했다는 뜻이다.
지금은 비록 전통적인 효(孝)와 공동체가 위협을 받는 등 윤리가 붕괴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러나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전통문화의 계승과 정신문화의 정립이다.
우리는 윤리하면 으레 ‘국민윤리’를 떠올렸었다. 대학에서 국민윤리를 교양필수과목으로 강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국민윤리가 한때 강요된 국책과목이었다는 이유로 대학마다 거의 폐강이 돼가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윤리강좌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어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정보통신윤리’가 그것이다. 최근 정보통신부는 전국 대학에 정보통신윤리 강좌를 개설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하고 있다. 구시대의 유물인양 버려지던 윤리과목이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부의 협조요청서에는 정보통신윤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간절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보급률과 이용자 등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화 기반이 마련됨으로써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기기(器機)의 사용이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불법유해(有害)정보의 난무·사생활침해·명예훼손·해킹 컴퓨터바이러스 같은 정보화 역기능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법적·제도적·기술적으로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보다 시급한 것은 정보화사회구성원 각자가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습득하는 일이다. 따라서 젊은이들 특히 대학생에 대한 정보통신윤리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 분야의 전문가 집단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한국정보처리학회가 이미 ‘인터넷윤리’라는 교재를 간행해 놓고 있다. 여기에는 인터넷의 이해(理解)를 위시해서 우리의 전통적 윤리와 인터넷윤리와의 비교, 유해정보에 대한 대응과 책임, 관련 법률과 기술 등이 상세하게 다뤄져 있다.
인터넷윤리라는 말은 1976년 미국에서 컴퓨터윤리가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하면서부터 유래되었다. 이후 정보윤리학, 사이버윤리학이라는 용어를 거쳐 인터넷윤리학으로 정착하게된 것이다. 인터넷윤리학은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윤리적 탐구를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나타나는 도덕적 관계를 규율하며, 그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사이버공간에서 발생하는 모든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제시하고 준수(遵守)토록 하는 학문이 인터넷윤리학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윤리학에서는 예방과 처방을 중시하고 변화와 책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정직과 존중, 자율성과 공동체 의식을 주장한다.
‘인터넷윤리’. 어찌 보면 생소한 단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은 이제 생활의 필수 수단이자, 또한 인류의 자산이다. 인터넷의 불건전성을 제거하여 이를 문명의 이기(利器)로 더욱 발전시키려면 인터넷윤리교육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용 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