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
‘빛 좋은 개살구’
  • 허창진
  • 승인 201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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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제주관광을 다녀간 어느 주부가 제주도청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한 가게에 들러 빛깔도 좋고 맛이 있어 귤 한 상자를 구입하고 배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받아본 귤은 주문한 것과 영 딴판이었다. 크기도 들쑥날쑥하고 심지어 썩은 것도 있어 참다못해 가게 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오히려 욕까지 하더라며 괜히 샀다는 후회와 원망이 가득했다.

누군가의 댓글이 달렸다. 가게 주인을 대신해서 자신이 귤을 한 상자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주부의 글이 다시 떴다. 보내준 귤이 달고 맛있어 이웃과 함께 나눠 먹었고 기회가 된다면 좋은 사람들이 있는 제주에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소수의 제주도 사람을 다수로 오해할만한 글을 감정에 치우쳐서 쓴게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애정은 분노로 변한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4배이상 빨리 퍼져 나간다고 한다. 나쁜 소문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금세 세상에 널리 퍼진다는 뜻이다. 상거래를 위반한 개인은 처벌하면 된다지만 그로 인해 신뢰가 떨어진 제주감귤 이미지는 어떻게 되돌릴 것인가

최근 노지감귤 출하시기를 맞아 덜 익은 감귤을 익혀 유통하려는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적발 시 전량 폐기처분과 함께 과태료가 부과되며 설령 단속을 피해 출하가 됐다 하더라도 전국도매시장에서 판매할 수도 없다. 더구나 행?재정적 지원이 중단되는 등 막대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강제 착색행위가 끊이질 않는 이유는 한 가지 조기출하로 인한 상이익 때문이다.

감귤 착색에는 카바이드나 에세틸렌 가스, 온풍기 등이 흔히 쓰인다. 특히, 카바이드는 세포벽의 일부를  용해시켜 미숙감귤의 착색효과(푸른색→노란색)를 가져올 뿐 품질향상과는 관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물 또는 화기 접촉시 폭발 위험성(소방법상 3류 위험물)이 대단히 높아 소방당국에서 집중단속과 함께 화재예방교육을 강도 높게 추진하고 있다.

강제 착색된 감귤은 단맛이 약하고 신맛이 강해서 잘 썩는다. 또 시간이 지나면 꼭지가 검게 변하거나 떨어지기도 하며 껍질이 탄력을 잃게 되어 누가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인터넷 등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는 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더 이상 ?빛좋은 개살구?에 속지 않는다.

감귤이 제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다 하더라도 아직도 엄연한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비상품 감귤의 유통을 막기 위해 도와 행정시, 농?감협, 생산자단체는 물론 자치경찰과 소방당국이 합동단속반을 편성해 입체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생명산업을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의 미래이익이라는 도덕적 기준이 있는 만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단속반만 가지고는 안 된다. 도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하고 비상품 유통에 대한 감시와 제보가 필요하다. 제주감귤 이미지를 높이고 생명산업을 지키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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