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戒盈杯)
계영배(戒盈杯)
  • 박성종
  • 승인 20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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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戒盈杯)는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 이라는 뜻으로,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잔에 술이 7할이상 차오르면 술이 모두 밑으로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으로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공 우명옥이 젊은 시절에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부와 명성을 거머쥔 후 성공에 도취해 절제있는 생활을 하지 못하고 방탕한 삶을 살다가 훗날 이를 크게 뉘우치고 후회하면서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잔은 후에 조선후기의 거상 임상옥(林尙沃, 1779~1855)에게 전해졌으며 그가 가지고 있던 계영배에는 “가득 채워 마시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 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요즘 유로존 채무위기로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Occupy Wall Street)가 전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확산되어 가고 있다. 시위대는 우리는 99%라는 구호를 외치며 1%의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현상을 개선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사회에 보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원지가 월가이며 월가 금융인들의 탐욕과 과욕으로 인해 발생한 서브프라임 사태의 피해(주택가격 하락, 대량 해고 등)는 온전히 서민들의 몫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하는 서민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소규모 영세사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주장하며 카드회사를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고,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탐욕을 지적하는 등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서민들에게 떠넘기는 행태에 대해 사회적 비판을 가하고 있다. 사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열심히 일한 성실한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사회의 부조리를 바로잡고 부유층과 서민들 간의 간극을 좁혀 양극화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지나침을 경계하는 선조들의 교훈을 되새겨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이를 교훈삼아 욕심과 탐욕이 도를 넘치지 않도록 절제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모두가 정진해 나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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