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리는 官, 물가 잡는 民
물가 올리는 官, 물가 잡는 民
  • 제주매일
  • 승인 201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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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官)은 물가를 올리는데 민(民)은 물가를 잡으려 한다. 주객전도요, 관민역행(官民逆行)이다. 설사 민이 물가를 올리려 해도 관은 공공요금을 억제해야 일반물가를 잡을 수 있다.
 지방정부인 제주도는 공공요금인 상수도요금과 하수도 요금을 벌써 올렸다. 국가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전기요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공공요금을 올리는 데는 그럴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 터다. 국제 원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값 상승과 인건비 인상, 거기에다 여러 해 동안의 요금 동결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많았을 줄 안다. 그러다 보니 적자도 커졌을 게 틀림없다. 요금상승 요인이 없는 게 아니라 충분히 있고도 남는다.
 하지만 그게 어디 지방정부와 공기업의 공공요금에만 국한된 문제인가. 민간부문도 마찬가지다. 민-관 양쪽 사정에 조금의 차이도 없다. 유류를 비롯한 원 재료값 및 인건비 상승, 장기간의 요금 동결 등 민간 경영 사업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도리어 전기-상하 수도료의 인상으로 민간 영업이 관보다 더욱 요금 인상 압박과 경영난을 겪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일 제주도 위생단체연합회 산하 음식-숙박-목욕-세탁-유흥업소 등 14개 민간 사업단체 회원 및 임직원 등 250여명이 제주시 소재 농업인 회관에 집결, ‘물가안정 결의대회’를 열었다. 공공요금 올리기를 능사(能事)로 아는 지방정부와 공기업들은 뼈아픈 반성과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죄책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사실 요 몇 년 동안 제주도내 군소 음식-숙박-유흥업소들의 경영 상태가 말이 아니다. 일부 업소를 빼고는 소비층이 줄어든 데다 각종 재료값-인건비 등 상승으로 고전하고 있다. 오죽해야 한 달에 수 10곳씩 문 닫는 업소가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들이 떠돌겠는가. 이러한 고통을 참고 영세 민간 업자들이 ‘물가안정 결의’를 하고 나선 것은 가능한 한 요금인상을 억제해서 물가를 잡아보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아니겠는가.
 먼저 나서서 ‘공공요금 인상 억제’를 결의해야 할 관은 뒷전으로 빠지고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민간업자들이 ‘요금인상 억제’를 결의하고 나선 것은 자기희생이 아니고서는 생각 할 수 없는 용단이다. 이들에게는 갈채를, 지방정부에는 비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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