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교육-공기업 등 예외가 아니다
제주가 과거의 제주가 아니다. 전국 제일의 청렴도를 자랑하던 제주에 비리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리는 행정청과 교육청, 대학, 공기업 등 각 분야에 예외가 없다. 제주자치도가 ‘공무원 행동강령’을 고쳐 “동료의 부패를 눈감은 직원들까지 단죄(斷罪)하겠다"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행정-교육공무원의 경우(1단짜리 소제목)
공무원 사회에 얼마나 많은 비리가 만연되고 있는지는 엊그제 발행한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백서(監査白書)’가 잘 말해주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2010년 말까지 5년간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가 적발된 공무원이 무려 575명이다. 이 가운데 제주도 소속이 532명, 교육청 소속이 43명이다. 1년 평균 115명의 행정-교육공무원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얘기다.
이 얼마나 지역적으로 부끄러운 일인가. 1년에 10~20명도 아닌 100명이 훨씬 넘는 공무원들이 비위를 저질렀다니 제주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느 정도 엉망인지를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이들 중 36명이 인사 당국에 의해 파면 혹은 해임 당했으니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특히 위법 사항 중에는 금품-향응 수수가 있는가 하면, 심지어 성범죄-폭행 범까지 포함돼 있다. 제주도지사와 교육감은 앞으로 공무원들의 기강 확립에 책임을 져 주기 바란다.
국립 제주대학교의 경우
대학은 최고 교육과 학문연구의 전당이다. 그리고 최고 지성의 집단체다. 대학이 일반사회와 구별되는 소이(所以)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조차 어떤 편법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 혼탁한 세속의 탁류 속으로 잠겨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사립대학도 아닌 국립대학이 그러하다면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국립 제주대학이 기성회비를 교직원 인건비로 편법 사용하고 있다는 어느 국회의원의 지적이다. 국회에 제출된 교육과학 기술부의 자료에 의하면 제주대학교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기성회비 세출 결산 액 3398억여 원 가운데 20.7%인 702억여 원을 급여 보조성(給與 補助性) 인건비로 책정해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훈령은 기성회비는 시설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 운영경비로 사용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도 급여 보조성 인건비로 쓰고 있는 것은 부당한 편법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육지부의 다른 대학들도 이러한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옳은 일을 본 받아야지 ‘편법’을 본받는 것은 지성인의 사회에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 시정하기 바란다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한국공항공사가 제주국제공항 확장 사업과 관련, 2008년 ‘시설보완 시행계획 용역’ 및 2009년 8월 ‘화물청사 활용 변경 용역’ 등을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맡겨 특혜를 베풀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공항공사는 2010년 6월에도 설계변경이나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기존 ‘여객터미널 전면 리모델링 공사’와 ‘4층 및 국내선 1층 확장 공사를 설계 변경과 수의계약으로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당한 계약체결 때보다 무려 26억4300만원이나 비싸 결국 막대한 예산 손실을 입혔다는 얘기다.
이는 감사원의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감사로 밝혀진 것이다. 특히 감사원은 제주국제공항 확장 사업과 관련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책임을 물어 2급 팀장에 대한 징계까지 요구하고 있다. 제주국제공항 확장사업과 관련해 부조리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해 주는 대목이다. 과연 이러한 사안이 간부직원에 대한 징계로만 끝날 일인지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상의 사례들에서 보듯 제주가 비리의 온상이 돼가는 느낌이다. 비리 추방을 중점 과제로 삼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