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명령제 결실과 공무원의 노고
유통명령제 결실과 공무원의 노고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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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소비지에선, 선물로 밀감을 사들고 친구 등을 찾아 가는 일은 창피스럽고 욕먹을 일로 여겨질 정도로, 밀감이 천한 과일이 되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밀감은 그렇게 열등한 과일인가?

영양성분의 함량에서 비타민C 하나만이라도 놓고 보자 밀감 100g 중에는 그것이 35㎎이 들어 있다. 사과가 10㎎미만, 포도가 10㎎미만, 복숭아가 10㎎, 바나나가 10㎎, 배 4㎎, 무화가 2㎎인 점을 생각하면 밀감에는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 있는 셈이다.

물론 단감에는 밀감보다 그 함량이 많지만(50㎎) 단감은 유기산 여타에 있어 감귤에 뒤 진다 영국의 IBS(국제 인명센터)가 2005년의 의학자로 선정한 서울 의대 이왕재 교수는 매일 8000∼10,000㎎의 이 비타민을 먹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8000㎎은 세계 보건 기구인WHO 등이 정한 성인 남녀 최소 복용 권장량 60㎎의 130배가 넘는 엄청난 분량이다), 어쨌든 이 영양분의 기능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하면 그들에게 있어 밀감은 더욱 가치가 있어 보이는 과일일 것이다.


#감귤은 손색없는 훌륭한 과일

사실 밀감은 열등한 과일이 아니다. 영양에 있어서 맛에 있어서 저장에 있어서 껍질을 벗기고 먹기 편리한 점에 이르기까지 밀감은 배, 사과, 포도, 복숭아 무화과 등에 뒤지지 않은 훌륭한 과일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밀감은 소비지에서 값이 다른 과일과 비교과 안 될 만큼 턱 없이 싸고, 천한 과일이 되어 푸대접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감귤 값은 상당히 좋아졌다. 이러한 이유가 감귤의 수확량의 차이나 좋았던 기후 조건에 의한 당도의 차이 등에 돌려질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감귤 유통 명령제의 시행에 따른 효과를 간과할 수가 없을 것이다. 밀감은 다른 과일과 달라 알이 작아도 맛이 덜하지 않는다.

값이 싼 0번과와 1번과를 먹어보고 다른 과일과 달리 밀감은 작아도 맛이 좋은 희한한 과일이라는 것을 소비지의 사람들은 배우게 되었다. 여기에 맞추어 상인들의 계산기가 급히 두들겨지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상인들에게는 상당한 수익을 안겨 주면서 소비지에서는 값이 싼 0번과 1번의 밀감이 다량 유통되며 값을 교란시켜 간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약품 처리된 맛이 가버린 밀감이 이 과일의 평판을 깎아 내리는데 일조를 해갔다.

이렇게 하여 밀감이 값이 싸지자, 값이 싼 물건은 열등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전통에 빛나는 그 사고의 방식이, 무의식중에 또한 작용하면서 밀감은 천한 과일로 대접받게 되어 갔다. 선물로도 밀감을 사들고 가는 일은 창피스럽고 욕먹을 일이 되어 버렸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은 좀 변형되어 악화가 양화를 압살시키는 일이 되어 현실로 나타났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감귤 유통명령제는 끊어 가고 있는 것이다.


# 행정당국의 의지 평가 돼야

이 제도의 시행에 있어 아직도 개선할 점과 문제점이 없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이 명령은 한시성의 것이다. 한시성 그 자체부터가 문제점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곳의 정치지도자들과 우리 도민이 농안법에 근거하여 이러한 제도에 대한 생각을 해내고 그 생각을 여럿이 모여 집결시켜 제도화시키고 행정력의 뒷받침 아래 실시가 되도록 함으로서 우리 제주도의 어려움을 극복해 가고 있음은 난국 타개의 하나의 훌륭한 실례로서 남겨지게 될 것이다.

이론을 생각하고 법적인 강구를 하고 그 뜻을 집결시킨 사람들의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 마땅하다. 그리고 갖가지 생각을 짜내고 발로 뛰고 장애와 싸우면서,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토요일과 일요일도 잊어 가면서, 이 제도의 철저한 실시를 위하여 노력하여온 그러한 행정 당국이 우리에게 없었다면 또한 이 일은 결코 결실을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개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시중의 들끓는 여론도, 학자들의 논리 정연한 방법론도, 아니 화려한 제도마저도 행정의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고 그것이 굳건한 의지를 낳아, 강력한 실시가 되기 전까지는, 하나의 창백하고 무기력한 이론에 불과 하다는 것을 우리는 여기에서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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