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이 자난달 18일 재단 홈페이지에 운동을 하지 않는 성인병 직전 젊은이들을‘습관적 거지(habitual beggar)’라 일컬으며 비판하고 있다.
습관은 천성(天性)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동냥아치가 누군가의 집에 불이 나서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너는 아버지가 집을 갖지 않아서 행복한 줄 알아라. 만약에 집이 있었다면 저렇게 불이 날까봐 얼마나 걱정스럽겠느냐. 아무것도 갖지 않고 편안하게 얻어먹고 사는 것보다 더 잘사는 길은 없다.” 그런 맥락에서 거지 생활에 맛을 들이면 다른 어떤 일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먹을 것이 주어지는 상황에 익숙해지면 거지 근성이 습관화해 평생을 무위도식(無爲徒食)으로만 일관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동냥도 습관이고 천성이라는 사실은 우스갯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현실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된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에 최근 선진 10개 국가에서 조사한 결과 ‘비만에 대한 혐오’가 널리 퍼졌다고 보도했다. ‘비만=가난=게으름’의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말이다. 각국 정부가 벌여온 비만 캠페인이 그 원인을 개인적인 문제로 홍보하면서 ‘비만 혐오’가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들도 길거리에서 비만한 사람을 보면 알게 모르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안 나온 사람보다 배나온 사람이 더 많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국내 한 여성 잡지사에서에서 가정소득수준에 따른 비만 율이 소득의 높은 가정의 학생보다 소득의 낮은 학생이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가정형편이 좋지 못할수록 부모가 자녀의 식생활을 보살피기 어렵고 따라서 학생들이 정크 푸드를 많이 먹는 등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을 갖게 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미국 싱크 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홈페이지에 개시된 내용을 빌리면 비만이 초래하는 사회 비용으로 연 120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쓰며 미국은 가난과 비만의 상관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가난비만(poor obesity)’이나 ‘습관거지’이라는 연구 용어를 일반인들이 입에 올릴 정도라고 한다. 미국의 초기 비만연구는 가난과 비만의 관계를 다음과 같은 인과(因果)로 설명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교육수준이 낮고 영양에 대한 지식도 낮다. 또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거나 혹은 ‘밤낮을 연속 일할 수밖에 없는 두 직장(two jobs)’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음식을 조리해 먹지 못해 정크 푸드에 의존하니 비만해질 수뿐이 없다는 말이다.소득수준의 낮은 학생의 비만원인을 ‘가난한 부모’ 탓으로 돌리는 우리 교육당국의 설명과도 비슷한 말이다. 이 같이 미국의 게으름 비만에 대한 초기연구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만들며 아직 가난과 비만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툴’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은 위험시되고 있다는 설명도 있다.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사람’을 비만의 원인으로 돌려버리면 ‘연구’와 ‘대책이 필요가 없는 연구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열심히 계몽만 하면 되는 것 같아서다. 뉴욕타임스에서도 계몽만으로는 절대 해결이 안 된다(……However ,awareness alone will not solve the absolute)는 보도다.신문에 보도 내용을 보면 미국 학계에서는 사회적인 원인과 대책을 찾는 움직임들이 활발했다는 설명하며 그 중에서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보고된 애덤 드루노스키 교수팀의 연구가 지금은 설득력을 갖고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 내용은 연구팀의 1달러로 식품점에서 살 수 있는 칼로리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설탕과 지방 등 고농축 칼로리가 함유된 가공 식품류로는 1200칼로리를 살 수 있지만 당근이나 브로콜리 등 신선식품을 통해서는 250칼로리 정도밖에 구입할 수 없었다. 탄산음료로는 875칼로리를 살 수 있지만 과일주스로는 170칼로리만 얻을 수 있었다. 더 적은 금액으로 더 많은 칼로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인류는 자연에서 고농축 칼로리를 얻으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물고 획득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원리는 현대의 슈퍼마켓에서 가볍게 ‘역전’됐었다는 것이다. 워싱턴 대학의 드루노스키 박사는 간단히 사회적 비만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쩌다 소득의 수준이 비만의 척도가 됐을까? 바로 이 ‘역전’때문이다.”왜 역전이 됐을까. 뉴욕타임스 블로그의 댓글(reply)에는 “시장 원리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옥수수 등 소위 당밀(糖蜜)의 원료가 되는 농작물에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그 단가를 낮춰 정크식품의 일반화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의 비만에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생각할 시점이다. 먼저 생활이나 운동에 부지런한 습관을 드리는 것이 답이다. 습관은 천성을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