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을 서귀포시 정 중앙에서 가만히 바라보면 두 가지 형상이 나타난다. 하나는 서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장엄하게 누워계신 한라산신님의 모습과, 또 하나는 동쪽으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젊은 여신이 하늘을 향해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반듯하게 누워 있는 형상이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누워있는 모습이 어쩜 이렇게도 고을까? 생각해본다. 고운 이마에 눈썹과 오똑한 코, 턱으로 이어지는 선이 참으로 곱다.
한라산은 이렇게 고운 모습으로, 또는 장엄한 모습으로 서귀포를 향해 누워 있다.
나는 예전에 사람들이 산으로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무얼 그리 산이 좋다고 쐬(뼈)가 빠지게 산에 가는지 차라리 그 시간이면 달콤한 잠이나 더 자지,,하고 잠 예찬론자였으니, 산사람이 들으면 입에 거품 물 일이었지만 산과 나는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그러다 허리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면서 건강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고, 허리 아픈 데는 등산이 최고라는 아는 후배의 조언으로 꾸역꾸역 배낭을 둘러메고 산으로 가기 시작 하였다.
한번 가고, 두 번 가고, 세 번 오르기 시작하니, 산이 부른다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산에 다니면서 내가 알기 시작한 게 산에 있는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도 나와 똑 같은 자연의 하나라는 사실이다. 내가 자연에서 왔으니 자연과 하나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새삼 우리의 조상님들이 척박한 제주 땅에서, 먹고 살아 나가기 위해 어려운 일이 닥칠 때마다 하늘에 빌고, 산에 빌고, 나무에, 바위에 빌면서 질풍의 순간들을 견디어 온 그 뿌리가 바로 자연에 의지하고 동화하면서 살아온 삶의 지혜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어쩌다 다음지도로 들어가 중산간 쪽을 살펴보게 되면 한라산 허리까지 골프장이 파고들어 한라산신님의 노여워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보인다. 우리의 영산을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함에도 제도적인 장치 땜에 그러지 못하는 것에 못내 마음이 아프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하기 바쁜데, 자연이 아픈 건 누가 치료해주지?,,,
지난 4월 2012WCC 제2차 총회 준비위원회 회의 참석차 내도했던 러셀 미터마이어(미국) IUCN 부총재께서도 말씀하셨다. “한번 파괴된 생태계를 뒤늦게 복원하는 것은 100배, 200배 힘들다. 더구나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 고,,,
내년에 우리 제주에서 WCC(세계자연보전총회)가 개최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편할 데로 편해져 가는데, 반대로 지구는 흐물흐물~ 중병에 걸려 녹아 내려가고 있다. 자연 파괴 현상이 결국은 지구를 앓아눕게 만들고 있다.
자연이 편안해야 사람도 편안해진다.
우리, 자연으로 돌아가자. 세계의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