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평화의 섬’에는 평화가 없다
정작 ‘평화의 섬’에는 평화가 없다
  • 제주매일
  • 승인 201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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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평화의 섬’에는 평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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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에서는 제주 섬을 ‘평화의 섬’이라고 자칭(自稱)한다. 정부가 이미 대내외(對內外)를 향해 그렇게 선포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정작 ‘평화의 섬’ 제주에는 평화가 없다. 비록 총탄이나 포탄전은 아니지만 육탄전(肉彈戰)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성명전, 비방전 등 선전전도 시끄럽다. 그리고 이른바 지도층이란 사람들의 내면(內面)에 흐르는 저 도도한 갈등들과  대립각도 매우 심각하다. 도대체 제주도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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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좋게 살아가던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놓고 두 파로 갈려 서로  충돌하면서 구원지간(仇怨之間)이 되어 가고 있다. 4년여에 걸친 주민들끼리의 대립으로 한 마을 전체가 정신적 공황(恐慌-페닉)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물리적 폐허에 비할 바가 아니다.
 강정마을에는 이미 평화란 없다.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결사반대(決死反對)와 강력 추진이라는 두 세력 간에는 임전무퇴(臨戰無退)의 정신 밖에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다. 심지어 그들에게는 도민들까지도 안중(眼中)에 없는 듯하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지금 강정에는 도내 경찰력은 물론, 제주 섬 바깥 수많은 경찰 병력들이 이동해 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전국의 이른바 ‘활동가’라는 이름의 단체원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지원키 위해 몰려들었다. 외방(外邦)에서 원정 온 셈이다.
 어디 이들뿐인가. 천주교 신부 등 종교인, 일부 대학교수, 야당 정치인들도 직-간접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 3일에는 170여명을 태운 ‘평화 비행기’가 김포를 떠나 제주로 오고, 도내 각 지역에서도 ‘평화 버스’가 강정마을을 향해 떠난다고 한다. 명분은 강정마을 구럼비 해변에서 열리는 ‘평화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란다.
 해군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해군기지 공사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지자 공사 강행 움직임이 표면화 되고 있다. 해군기지 공사 재개를 위한 6m 높이의 펜스를 곧 설치할 예정으로 있는 것 등이 그러한 징조다.
 아마도 불원간 해군은 군항 공사를 강행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불행한 사태가 촉발될지도 모른다. 이미 강정 주민과 경찰 간에 충돌이 빚어져 마을 회장 등 3명이 구속되고, 당시 서귀포 경찰 서장은 무력한 지휘 책임을 물어 인사조치 된 마당이다. 따라서 앞으로 쌍방 간의 공방전은 더욱 가열될 것이다. 서로 간에 감정이 격앙 될 대로 격앙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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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쯤에서 우리는 당사자와 당국자 모두가 냉정을 되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네가 그르고 내가 옳다는 생각부터 버리자. 그래서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 머리를 백지상태로 되돌려 놓자. 그런 연후에  찬-반 양쪽 관계자들이 한 곳에 모여 새롭게 협상해 보자. 애를 써서라도, 아니 억지로라도 상대 쪽 의견에서 옳은 점을 찾도록 노력해 보자. 틀림없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는 평화적 해결방법이 발견되리라 믿는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극과 극의 대립으로만 나간다면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는다.
 강정해군기지 싸움이 계속되는 한, 또한 제주도와 도의회, 민주당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 현직 도백과 전직 도백, 각급 지도층들의 정파 싸움이 계속되는 한 제주는 평화의 섬일 수가 없다. 누가 오늘의 제주를 평화의 섬이라 일컫는가. 그것은 평화라는 미사(美辭)를 빌려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유네스코에 자연 유산이 등재 되고 자연환경이 아름답다 해서 평화의 섬은 아니다. 도민들의 마음이 평화스러워야 진정한 평화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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