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김 찬 집
  • 승인 2011.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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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샌댈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What's the right thing to do)”라는 번역서를 한창 이슈가 될 때 읽었다. 이 책이 지금도 판매부스가 100만부를 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그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공동선의 맥락 속에서 공동체가치를 창조한 이 책의 기본 메시지는 생각에 따라 다를 테지만 내 생각으로는 시장 경제에 대한 법적, 도덕적 논쟁을 다룬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우리 보통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라는 국가의 틀(frame) 속에선 ‘조금씩 나아질지는 몰라도 진정한 의미의 정의란 우리 사회에는 있지 않다’는 보통사람들의 인식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든든한 배경이 없으면 기가 죽고 괄시받는 패거리문화, 보통사람들에게 각인된 유전무죄무전유죄와 같은 추상적인 잠재관념, 국민들의 혈세로 지탱되는 공기업의 장(長)이나 감사자리를 마치 선거에서 이긴 전리품처럼 분배하는 정치공권력들, 그래서 허리띠를 졸라서 매서 세금을 많이 내도 보람을 느낄 수 없는 납세자가 엄청나게 많다고 생각이 되어 진다.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자유와 평등은 자신들의 책임을 지는 자유이며, 자의를 배제한 합리적인 차별을 인정하는 평등이라지만, 무전유죄, 유권무죄라는 추상적 관념이 늘 서민들의 가슴한 구석에 자리하고 산다. 국가의 총소득(GDP)은 커가는 데도 불구하고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억제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이창신번역가의 번역후기이다. “귀하의 입학이 허가되었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 귀하는 축하받아 마땅합니다만, 그것은 귀하께서 입학에 필요한 자질을 소유할 당연한 자격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실상은 귀하께 그런 당연한 자격이 없습니다). 복권 당첨을 축하하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귀하는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특성을 갖게 된 행운의 사람입니다.”
이런 대학 입학 통지서를 받는다면 기분의 어떨까? 물론 저자가 다소 과장을 섞어 지어낸 가상 통지서이긴 하나, 여기에 우리사회의 ‘정의’를 바라보는데, 거부하기 힘든 해석이 숨어 있다는 말로 생각된다.
최근 news week지 인터넷 판에 저자의 지난 4월6일 인터뷰기사내용이다. 저자 샌델은 후속 작을 준비 중인데, 후속 작 테마로는 Justice and Money(정의와 돈), Justice and Market(정의와 시장), 'What money can't buy'(돈으로 살수 없는 것)등인데, 그중에 무엇이 좋으냐고 질문했는데.  샌델은 첫째제목이 단순해서 좋다(……Do you like what’s asked of them. Sandel first title is simple and good……)고 했다.
이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시장은 부를 창출하는 도구이고, 이 도구는 무엇이 공정한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시장에서 우리가 성공 했다고 해서 동전 한 푼까지 긁어모아야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자체로 공정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非)시장적 가치와 귀범 공동선(共同善)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장을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핵심에는 끝 모르는 탐욕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배우고 알고 있는 아담스미스의 유명한 말“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과는 맥락이 틀린 것 같다. 아담스미스가 말하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사익(self-interest)이며 사익의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경제 질서며 시장의 원리다.
그런데 경제적 관점에서 탐욕과 사익의 경계선은 모호하다. 탐욕은 인간관계에서 악덕으로 통하지만 사익추구는 부러움의 대상의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이 탐욕을 이용해서 공동선(共同善)을 이룩하는 시장의 필요하다는 것이 지금의 시장경제(따뜻한 자본주의)라면 억지춘향 될지 모르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슬로건으로 등장하는 ‘공정사회’ ‘동반성장’ ‘공생성장’이라는 말은 같은 맥락이다.
탐욕으로 굴러가는 시장은 ‘소득불평등’을 불러오고, 소득불평등은 ‘사회적 유대와 단결’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고, 부(富)의 양(量)에 따라 교육, 의료, 여가, 문화, 교통 등에서 생활 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자신의 가진 돈의 양(量)에 따라 생활문화 방식이 달라지면 민주주의 토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
이런 생각으로 우리 같은 보통 사람도 걱정이 앞서는데 시대의 세계일류대학교수인 저자는 도덕철학, 사회정의 분야의 고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고민하는 내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벤담, 밀, 롤스…… 짧게는 10년 안팎, 멀게는 2000년이 훨씬 넘는 시간을 달려온 이 세계선각자들의 도덕철학을 음미해보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시원한 청량제다.
우리들의 삶에 있어 ‘정의’는 어느 길로 들어서든 막다른 골목에서 반드시 마주치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이 우리들의 생활에 흔치 않는 유익한 체험으로 영글어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수필가 김 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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