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투표도, 여론조사도, 다 좋다
주민투표도, 여론조사도, 다 좋다
  • 제주매일
  • 승인 2011.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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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강정주민과 정부의 결과 승복이 전제 돼야

주민투표도, 여론조사도, 다 좋다
다만 강정주민과 정부의 결과 승복이 전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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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무지 강정해군기지에 대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도 그렇고, 제주도도 그렇고, 의회도 그렇고, 시민사회단체도 그렇다. 아니 종교계나 학계도 그렇다. 반대나 찬성을 말하라면 목소리를 높이고, 핏대를 세우고, 몸으로 부딪치기도 하지만 막상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데는 ‘먹통’이다.
 그러는 사이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찬-반을 둘러싸고 이웃 간, 친인척 간, 친구 간, 심지어 마을 단체 간에도 반목과 갈등만 점점 쌓여가고 있다. 이러기를 벌써 몇 년 째인가. 이와 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계속된다면 강정마을 주민들은 정신적 공황(恐慌-패닉)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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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상황에서 강정해군기지 해법을 ‘주민투표’나 ‘광범위한 도민 여론조사’에서 찾아보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새롭거나 신선한 제안은 아니지만 최선책이 없을 때는 차선책(次善策)으로 쓰는 것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다.
 엊그제 열린 제주도의회 제284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의회의원들은 강정해군기지 해법으로 ‘찬-반 도민투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우근민 제주도 지사는 “해군기지 주민투표는 중앙정부의 입장이 정해져야 가능한 사항이기 때문에 차라리 광범위한 도민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짓는 게 어떠냐”고 제시했다.
 우리는 이 제안 모두에 찬성한다. 그렇다고 두 가지 해법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사 강행’-‘결사반대’라는 극과 극 두 방법 밖에 없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에 중의(衆意)를 모아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일 뿐이다.
 주민 투표의 가장 큰 결점은 막대한 투표 비용이다. 엄청난 재정 부담을 도민들에게 덮어 씌워야 한다. 행정적 손실도 많다. 공무원들의 인적, 시간적 낭비도 재정지출 못지않게 많은 부담을 안겨 준다. 하지만 찬반을 전체 유권자들에게 물어 해군기지 문제를 명쾌하게 결론 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바람직하다.
 광범위한 도민여론조사도 단점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도민 투표’만 못하다. 따라서 여론조사 방법-내용-결과 등이 시비에 휩싸일 개연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비, 시간, 인력 등의 절약은 주민투표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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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듯 도민투표와 여론조사는 제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으나 정부의 경찰 병력을 투입한 공사 강행과 반대세력의 결사반대로 빚어질 파국에 비하면 훨씬 낫다.
 다만 여론 조사의 경우 제주도나 발전연구원 등 친 행정적, 친정부적 기관 단체에서만 주도할 게 아니라 강정주민은 물론, 진보재야단체, 학계, 종교계. 행정기관, 보수단체, 의회 등이 고루 참여하는 말 그대로 범도민 기구를 구성, 해군기지 찬-반 여론조사를 주최-주관해야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 그리고 조사대상 도민도 말만 ‘광범위’가 아니라 적어도 1만 명 이상이 돼야 한다. 이렇게만 한다면 굳이 도민투표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특히 잊지 말 일은 도민 투표가 되 든, 여론조사가 되 든, 찬-반 어느 쪽으로 결판이 나면 강정 주민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로부터도 승복하겠다는 다짐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에는 주민 투표, 혹은 여론조사 자체를 놓고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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