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강남좌파가 이슈다. 강남에 살건 안 살건 상관이 없다. 소득이 중상위계층에 속하면서도 말과 생각은 좌파적으로 하는 자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표만을 의식하는 정치인들을 강남좌파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강남좌파는 주거지로 분류되는 계층이 아니라 고학력, 고소득자이면서 진보적 가치를 주장하는 자들이다. 몸과 마음의 괴리 자들이다.
말로는 경쟁에서 탈락된 서민들을 위한다면서 실질적인 삶은 부르주아적인 삶을 사는 자들이다. 물론 부르주아적 삶을 살지만 우리사회의 엘리트 계층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위선과 기만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자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신의 일탈된 행동을 우리들은 스캔들이라고 부른다. 어느 사회나 스캔들은 있기 마련이다. 잘나가던 정치인이 하루아침에 섹스스캔들로 무너지고, 촉망받던 공무원의 부패스캔들로 장래를 망친다.
그런데 스캔들로 무너지는 공직자들은 어떤 면에서는 강남좌파에 비하면 서투르게 자신의 이익을 챙기다 들통난자들이다. 이들은 부패 초보자들이다. 그러나 일부 강남좌파들은 완전한 계산에 따라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 하면서 부패를 감시자의 등 뒤에서 말썽 없이 자신의 이익을 자행하는 자들이다. 이게 부패보다 더 무서운 구조다.
선거로 당선된 공직자나 시험으로 합격한 공직자들 모두가 공권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치부하고 있는 것은 초등학생도 다 아는 팩트(fact)다. 왜 선거 직 공무원이 되고 공직자가 되려고 애쓰는가?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서인가? 아니면 자신에게 선거에서 도와준 지인들에게 보답하고, 당선 대가로 떵떵거리며 살고 싶어서인가?
선거 직 공직자가 강남좌파가 되어 치밀한 계산에 따라 이미지 관리를 하며 선거캠프에서 도왔든 이들에게 보답하는 신문기사를 자주 접한다. 이건 세련된 위선과 뻔뻔스러운 봉사자로 자처하는 것이다. 이럴 때 보통사람들은 힘이 빠지고 일할 의욕을 잃는다.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지만 조선 말 사회에서 제일 큰 문제는 공직자들의 부패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매관매직(賣官賣職)으로 관직을 사고팔며, 직위를 산사람은 그 비용을 뽑기 위해 끊임없이 백성을 수탈했다. 이 수탈을 현대적의미로는 공직자의 부정부패다.
이 부패의 근본은 인사권자의 매관(賣官)에 있다. 이조시대 탐관오리들은 어느 집에 쌀말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것을 빼앗으려고 권력을 이용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백성들은 일할 의욕을 잃었고, 게을러졌다. 재산 없는 것이 차라리 편했기 때문이다.
부패가 구조화 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심성은 자연히 바뀌게 마련이다. 결국 조선은 망했다.
그나마 부패는 냄새가 나고 썩은 부위가 사정기관에 보이기 때문에 최고책임자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고칠 수가 있다. 썩은 곳을 도려내고 윗사람부터 솔선수범하면 조직은 분명히 고칠 수 있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자연히 맑은 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윗선에서 말로는 청빈이지만 실질적인 행동은 사익추구와 이미지 관리만 한다면 부패는 영원히 조직에 기생하는 것이다. 부패는 ‘나쁜 것’이라고 누구나 금방 인정한다. 그래서 고칠 수 있다. 문제는 좋은 것 같으면서도 애매한 구석이 있는 경우다. 아니 겉보기에는 더 인간적이고 좋아 보이며, 지역을 위해 헌신하는 것 같지만 정책결정이나 인사스타일이 혼란스럽다. 그것은 부패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이게 바로 강남좌파 위선이고 기만이다.
조선말에는 탐관오리들 때문에 백성들이 근로의욕이 상실됐다. 민주주의 시대인 지금, 공권력을 잡은 자들은 우리가 낸 세금으로 생색을 내며, 자기들끼리 헤게모니를 주고받고(give and take)한다. 에게 요즘 말하는 강남좌파다.
선거 직 공직자들은 자신의 고향이나 연관지역에 예산 선심을 쓴다. 그러나 지금의 선거 직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개념이 1.0자본주의에서 4.0자본주의로 많이 변천되었기 때문이다. 1.0시장경제(자유방임고전자본주의)에서 2.0시장경제(정부주도수정자본주의)를 거처 3.0시장경제(시장주도 신자본주의)를 경유해서 이제는 4.0 시장경제(따뜻한 자본주의)시대다. 이게 세계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흐름이다.
지금 공직자들의 선심예산지출, 보은 인사스타일은 군사정권시절에나 있음직한 2.0시장경제(정부주도 수정자본주의) 정치 스타일이다.
요즘은 사고(思考)하는 보통 중산층들의 눈에는 세련된 위선과 뻔뻔스러운 봉사자들을 확인하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왁스칠한 마루 같이 자신의 이미지 관리를 정교하게 하면서 맑은 물에 잉크를 떨어트리듯 잉크 물 파장을 만드는 강남좌파는 부패범죄자보다 더 무서운 부패다.
왜냐하면 모든 보통사람들이 일할 의욕마저 부수어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려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번영하고 일할 의욕을 잃고 불만과 불평이 많은 사회는 필연적으로 쇠퇴한다. 우리는 지금, 세련된 위선과 뻔뻔스러운 봉사자들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야한다. 우리들은 이 땅에서 세세손손(世世孫孫)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필가 김 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