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유서 쓰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때부터 해마다 유서를 써보곤 한다. 처음에는 얼마 되지도 않는 재산 분배(?)로 유서를 메우던 것이 이제는 그 해에 채우지 못했던 일, 아쉬웠던 일, 고마웠던 일을 적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정리되고 있었다.
해마다 유서를 정리하면서 다양한 독서를 못했던 점, 대학 동아리 활동에서 진지한 토론 등 그 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에 와서 새롭게 닿으며 접하게 된 한라도서관이 내게는 추억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의 양식을 위해 쌓여져 있는 도서와 주변야외 쉼터공간이 있는 한라도서관에서 독서회와의 만남! 운명(?)같은 끌림이었다.
한라도서관 독서토론을 위해 예전에 읽기는 했지만 <엄마를 부탁해>를 다시 밤을 세워가며 읽었고 읽는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만약 깊은 밤이 아니었다면 당장 가서 엄마 손을 붙잡고 “미안해” 라고 하고 싶었다. 오전에 엄마를 찾아뵙고, 그 감정이 가시지 않은 채로 독서회에 참석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런 감정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고 엄마인 나를 느끼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 그 자리에 모인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이렇듯 첫 독서회는 모두의 마음을 고루 어루만져주는 시간이 되었다. 앞으로 독서회가 1년, 2년이 지나 아주 튼튼한 나무로 자라게 된다면, 그 독서회 나무 밑에서 쉴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날 것이다. 또 그 나무가 가지를 열심히 뻗으면 한라도서관 독서회가 책을 사랑하는 제주 사람들을 고루 어루만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누구나 언젠가 힘든 시기를 보낸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시 언젠가는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지 모른다. 책은 그 기억을 서로 연결해 주고 위로해 준다. 그리고 그 시기를 슬기롭게 넘는 길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 그 새로운 시작이 바로 한라독서회다. 우리 모두 한라도서관 울타리에서 독서의 끈을 이어가자...
한라도서관 독서회원 김 봉 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