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자의 미모와 에어컨
여름여자의 미모와 에어컨
  • 김 찬 집
  • 승인 2011.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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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맛비가 저물면서 폭염이 한창이다. 요즘 사라봉에서 아침운동을 하다보면 고급운동복 패션차림을 한 중년여성들의 여름햇살자외선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에 복면 같은 마스크를 한 중년 아줌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미모와 피부에 집착하는 중년여성을 요즘은 루비(RUBY)족이라고 한다. 이 말은 신선한(refresh), 비범한(uncommon), 아름다운(beautiful), 젊은(young)의 앞글자만 딴 신조어다. 세련되고 멋진(hip and cool)여성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여름에 고운피부를 가지려면 에어컨을 피하라는 것이 유행인 모양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눈부시게 고운 피부를 자랑하는 배우 고현정씨의 피부 관리법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따라하는 이들도 제법 많다고 한다. 그중 관심을 많이 끄는 방법은 여름에는 에어컨 바람을 쐬지 않고, 겨울에는 히터 바람을 피하는 것이라고 한다.피부전문의들은 피부 노화를 막기 위해 에어컨 바람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에어컨 바람이 공기를 몹시 건조하게 만들어 피부 점막을 마르게 하고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란다. 피부 점막이 마르면 외부 물질에 대한 방어력도 떨어져 각종 질환에 감염될 우려도 커진다. 겨울철이면 피부가 건조해지기 쉬운데, 여름에도 지나친 에어컨 사용이 냉방병뿐 아니라 피부 건조 증을 일으키기 쉽다고 한다.에어컨이나 히터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지 않도록 하고, 과잉 냉난방이 되는 장소도 피하라는 고현정씨의 피부 관리법이 에너지 절약 실천과 직결된다는 생각에 반가웠다. 실제로 과잉 냉난방으로 인해 여름과 겨울철 전력난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 최대 전력 사용량 신기록이 수립되고 있다. 올 여름은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전력 대란이 문제다.여름과 겨울 전력 피크 기간을 제외하고 평상시에는 생산되는 전기 중 20% 정도는 남아돈다고 한다. 사용하지 못하고 저장도 할 수 없어서 버려지고 있는 전기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여름과 겨울 냉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전력 사용이 특정 시간대에 몰려 예비 전력이 얼마 없는데 그 순간 발전소 한 곳이 고장이라도 나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그래서 그 전력부담을 덜어내는 여름미용 피서노하우를 제시하고 싶다. 아예, 올 여름을 다른 측면, 깊은 차원에서 보내기로 작정하는 일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여름에 ‘몸 가꾸기’ 같은 프로젝트를 하는 일이다. 그리고 한번 밖에 없는 기회라고 여기듯 마음을 정돈하고 내면을 살찌우고 정신이 충족되는 프로젝트를 세우는 일에 집중하는 일이다. 거기에는 자연과 벗 삼는 과정, 내면과 대면하는 과정,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의당 포함된다.
먼저, 자연과 벗 삼는 과정이다. 우리제주 지역은 신의 주신축복자연이다. 한 30분만 걸어가도 천혜의 자연이다. 이것은 무료로 누리기에는 너무 비싼 감동이다. 올 여름 우리는 그런 혜택을 무척 쉽게 누릴 수 있다. 자연과 친숙해지는 가운데 말이다.
다음은 내면을 가꾸는 과정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지점과 계절이 자아내는 교착지점을 우리는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보다 잘 지나가기 위해 필요한 게 있다. 내면이 건강하면 안목이 세련되고 정신이 충만해 진다는 점이다. 내면이 건강하면 자연을 바라 볼 때 구김새 없이 볼 수 있다. 안목이 세련되면 전경을 가볍지 않게 바라 볼 수 있다. 정신이 충만하면 외부를 무례함 없이 볼 수 있다. 잘 보기 위해 내면을 잘 가꿀 필요가 그래서 있다. 잘 가꾸면 잘 보게 되고 잘 보면 잘 누릴 수 있다. 그래서였을까? 화가 고흐는 자신은 보기 위해 눈을 감는다고 했다. 제대로 볼 수 있어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지적허기를 채우는 과정이다. 내면, 안목, 정신 이 세 가지를 일거에 충족시킬 유일한 방법은 독서다. 야외 도시락 챙기듯 소설, 비소설, 전기 분야에서 한 권씩을 뽑자. 그리고 가방에 담고는 맛깔스러운 정찬처럼 섭취하는 일이다. 비치에서 선탠 하는 이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진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외면 못지않게 내면에도 알맞게 그을리는 필요를 절감한 탓이다. 정신이 풍족하면 육신도 행복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 주위에, ‘있을 법한 세계(소설)’와, ‘있는 세계(비소설)’, ‘있던 세계(전기서)’가 만나 일으키는 삼중 감흥을 맛보는 일은 경험한 자 만이 안다고 한다. 나는 세 분야의 책들을 통해 이 세 분야가 주는 성찬으로 정신의 허기를 채우는 게 이 여름에 필요하다. 정신의 공복을 채워나가는 일에는 분명 리워드(reword)가 있다.
그런 면에서 자연과 벗 삼는 과정, 내면을 가꾸는 과정, 지적허기를 채우는 과정은 소중하다. 그런 과정에서 멋지고 세련된 루비 족들에게 이 여름은 단연코 으뜸가는 계절이 될 것이다. 이 여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하여 혹 생각하였다면 이런 자리로 경애로운 당신들을 초대하고 싶다.

수필가 김 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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