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여행
[데스크칼럼]여행
  • 김종현
  • 승인 201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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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일주일간 육지를 다녀왔다. 가장 최근에 뱃길이 뚫린 장흥을 시작으로 봉하마을, 대구, 보성, 목포 등 그동안 가보고 싶은 곳들을 유람했다. 장흥에는 밤 11시 가까이 도착하니 장흥 토요시장은 파장이었다. 서귀포시와 비슷하게 밤이면 사람들이 별로 없는 도시 같았다. 인구도 많지 않고 배가 내리는 노력도에서 장흥까지 30분 이상을 가는데도 불구하고 장흥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 것은 단체장의 노력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장흥은 최근 누드 삼림욕장까지 조성해 전국적인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남들 하지 않는 일에 과감히 도전하는 도시가 장흥이라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것일까.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민주당 천정배의원이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었다. 수없이 많이 같은 묘소를 참배했을 그였지만 그날도 그의 얼굴은 참 슬퍼보였다. 봉하마을을 찾은 사람들은 노 대통령이 투신한 바위가 이쪽인지 저쪽인지 옥신각신하며 마을 곳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봉하마을 뒷산 노통의 산책길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산이 제법 높은데다 2시간 이상이 걸려 다 둘러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대구에서는 친척을 만났다. 친척끼리 잘 만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영창을 가면 가지 00집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요즘 누구네 집이든 대부분 친척간에 정겹게 지내는 집을 찾기가 힘들 것이다. 어릴 적에는 자주 오가며 웃어른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었지만 핵가족사회로 가면서, 직장과 교육에 모두들 올인하면서 어느듯 친척에는 소흘해 졌다. 거기다 경제적인 문제나 인격적인 문제로 상처까지 주고 받는다면 친척보다 이웃이 더 살가워지는 시대가 돼버렸다. 돈이 없으면 친척도 외면하며 살아온 세월이 무섭다.
어린 형제 자매들은 서로 싸우면서 큰다고 하는데 어떤 집은 격투기로 치고 받고 어떤 이는 말을 섞지 않는다. 다 커서는 멋쩍고 후회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클 때는 부모들이 설득한다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일이다. 물론 나도 경험했던 일이긴 하지만, 사람이란 다툴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이 슬프다. 부모에게 잘 하던 자식도 어느 순간 부모와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아쉽다. 여행을 통해 인간의 길을 다시 생각해 본다.
담양의 메타 세콰이어 길은 가로수가 높게 뻗은 것이 보기는 좋았지만 엄청난 규모는 가지지 못해 약간 실망했다. 제주도 역시 마찬가지다. 무슨 폭포니 숲이니 해서 자랑을 하고 있지만 세계화가 한창 진행된 지금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외국의 그것과 비교하면 소박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것은 우리것 대로 좋은 점이 있지만 이것이 세계최고라고 과신해서는 안된다. 세계속의 우리 위치를 알고 상대에게 자랑해야 설득력이 있다. 이번에 둘러 본 각 지역마다 자신들의 문화유산, 자연유산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자연유산 뿐만아니라 정신문화 측면에서 세계최고가 되기위해 노력하는 도시가 아름답다.
보성 녹차밭은 더운 여름인데도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차밭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한 다원의 주인은 “별보고 일하러 가서 별보고 집에 오면 보성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한 푼 없이 보성에 와서 다원을 이루고 잘 살고 있다면서. 대화가 끝날 즘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제주에서 왔어요? 그럼 제주가 더 살기 좋은데 뭐 다른 말 필요 없지 않나?”
목포는 항구다. 항구를 중심으로 개발된 곳이라는 증거로 항구근처가 중앙동이었다. 잠을 잔 곳도 알고보니 항구 근처였고, 점심을 먹으러 회집을 찾아 가니 잠을 잔 여관 옆이었다.
목포에서 제주로 오는 레인보우호. 장흥을 오가는 오렌지호와 달리 차를 선적하는 공간이 체계적으로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5시간 걸려 제주항에 와서 차를 빼내는 데만 50분이 걸렸다. 2층에 실린 차가 나오는 출구가 좁고 커브가 심해 시간이 많이 걸렸다. 승객들에게도 운전자외에는 차에 타지 말고 일반 출구로 나가라거나 하는 안내가 부족했다. 제주에 오는 처음부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꼼꼼히 배려한다면 제주 관광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기획취재부장 김 종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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