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주간의 실습을 마치며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 간 정형외과, 수술실, 응급실 이렇게 병원에서의 임상실습을 했는데, 소방서에서의 실습은 지금까지 공부한 것과 임상실습에서 경험했던 모든 지식을 발휘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었으며, 수많은 의학용어와 까다로운 오염관리가 아닌 융통성과 빠른 판단력이 필요한 곳이었다.
계급사회인 소방서라 굉장히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반대로 옆집 형, 삼촌과 같은 분들이었으며 오히려 병원 보다는 더욱 더 편안한 분위기였다. 남자가 많은 소방서와 여자가 많은 병원에서의 재밌는 차이점은, 병원에서는 환자를 덮어주는 파란 이불을 ‘담요’나 ‘이불’이라 불렀으며 소방서에는 ‘모포’라 불렀다. 모포는 군대에서도 쓰이는 명칭이다.
실습하기 전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소방공무원의 업무는 긴급출동을 제외하고도 시민대상으로 하는 구급교육,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구급봉사, 급수지원등의 지원활동, 각종 훈련과 사무실에서의 행정업무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구급차는 당연히 응급환자만이 탈수 있는 특수차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비응급 만성질환자 이송사례도 많았으며 시민들의 의식이 많이 개선되었으면 하는 출동사례도 있었다.
그리고 반장님들과 같이 움직이며 소방대원은 수많은 위험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밤낮을 가리지 않는 만취자들은 출동한 구급대원에게 언어폭력 등 스트레스와 위협을 주었고,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환자 처치 및 운반은 근력을 필요로 했으며 구급대원에게는 부상과 감염의 위험을 주었다.
실습할 때, 출동현장에서 만취자나 비협조적인 시민들에게 속으로 화를 삼킬 때가 있었는데, 반장님들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부드럽게 넘겼다. 이런 일이 수년간 반복되어 스트레스가 쌓이고, 수천 번의 출동으로 인하여 첫 출동 때의 패기 있는 마음가짐도 변해가기 마련이지만, 반장님들은 환자를 대할 때의 따뜻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었다. 시민들의 고맙다는 인사말을 듣고 사는 이분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고, 나의 진로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실습은 의학적 지식을 쌓았기보다는 심장이 마구 뛰는 경험을 했으며, 이론나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고, 많은 노력이 있어야 미래의 내가 실수와 부실한 처치 없이 한명이라도 더 건강을 누리게 해줄 구급대원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한라대학 응급구조과 3학년 A반 김 재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