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책임 질 것인가
우근민지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다. 제주도의 주요 현안에 대해 순간만 모면하려고 임기웅변 식으로 대응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나 몰라라”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제주 최대 논란거리로 이야기되는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권에 대한 우지사의 발언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지방분권촉진 위원회는 지난 4일 국립공원 관리 일원화 일환으로 지금까지 제주도가 관리해오던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 업무를 국가사무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도의 무사안일과 직무유기 등의 정황이 드러났고 이에 대한 도민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우근민지사 등 도 관계자들은 뒤늦게 진화에 나서는 등 허둥댔다.
이런 와중에 우지사는 직접 지방분권 촉진위원회와 국무총리실, 환경부, 행정안전부 등을 방문해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는 제주도가 맡아야 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들 정부 부처를 방문하고 돌아온 우지사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한라산 국립공원은 현재와 다름없이 제주도가 관리 할 것이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100% 제주에서 관리할 것’이라는 도의 입장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 같은 우지사의 기자회견이나 도의 입장에 대해 환경부는 14일 해명자료를 내고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고 “우지사와 면담 당시 지방분권위원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대통령 재가를 얻어 공문으로 시달한 사항을 환경부에서 번복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지사는 대통령 결재까지 난 사항을 무슨 근거로 없었던 일로 하고 한라산 국립공원 관리를 제주도가 계속 맡게 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통해 도민에게 당당하게 밝혔는지가 궁금하다.
아무런 확신이나 근거 없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라면 순간만 모면하기 위해 대도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말을 들을 수가 있고 판단 잘못으로 착오를 일으킨 것이라면 수준 이하의 현안 정책분석 또는 판단능력부족에다 무책임한 리더십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으니 어떻게 책임을 질지가 주목거리다. 그렇지 않아도 우지사는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해군기지 갈등 풀이 윈-윈 전략을 갖고 있다고 큰소리치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전력이 있다. 그만큼 도정의 신뢰에 먹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완전한 자치권 부활이 정답
기초자치권 부활 등 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에 시동이 걸렸다. 도는 18일 “금주 중에 한국 행정학회에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체제 개편 연구 용역을 맡겨 연말까지 제주실정에 맞는 행정체제 개편 대안을 제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용역에서는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행정 체제의 장·단점을 진단 분석하고 행정시장 직선제·기초자치단체 부활·준자치제·대동제 등 다양한 기초자치권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제주도의 행정체제가 단일 광역자치단체로 바뀌면서 기초자치권이 사라져 주민 참여가 제한되고 민·관사이 갈등이 커졌기 때문에 행정시장 직선제 등 자치권 부활을 내걸었던 우근민지사의 공약사항 실천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 부활은 사실상 대다수 도민들의 바라는 바다. 행정의 효율성만을 강조하며 제주특별자치도를 도입하면서 4개시군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돼 도민의 참정권은 크게 제약되고 생활자치라는 위민행정이 약화돼 주민불편과 불만이 팽배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용역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도민들 사이에서는 “4개 시군 자치권 부활 등 원상회복이 최선”이라는 여론이 많다. 그래서 이번 행정체제 개편 관련 용역은 이러한 도민적 희망을 담아내는 작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