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 육부의 감각적인 말
오장 육부의 감각적인 말
  • 공 옥 자
  • 승인 201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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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떠돌던 유머가 있었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목욕탕엘 갔는데 아버지가 먼저 열탕에 ‘풍덩’ 하고서 “아아 시원하다” 탄성을 지르며 좋아하자, 아들이 뒤 따라 뛰어들었다. 뜨거웠다. “앗 뜨거, 믿을 놈이 하나도 없네.”

우리는 뜨거운 해장국을 한 숟가락 떠 마시며 ‘어 시원하다’고 말한다. 뜨거운 것과 시원한 것은 양극단인 것을, 이 같은 표현이 가능한 민족적 정서가 유난스러운 것일까.
한국 사람은 내피(內皮)적 감각에 예민하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인체의 부위를 빗대어 감정과 감각을 표현해 왔다.
간이 살살 녹고, 간이 썩고, 간에 안차고, 애간장이 타고, 간이 콩알만 하고. 간덩이가 부었고, 쓸개가 빠졌고, 오장이 뒤집히고, 허파에 바람 들고, 똥줄이 땅기고, 심장에 털 났고. 허리가 휘고, 등골이 빠지고, 얼굴에 철판 깔았다. 는 말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장기나 신체부위를 들어 상황을 표현하는 것은 리얼리티가 강하여 느낌이 증폭 된다.
최근에는 의학 쪽에서도 인체가 정신의 모든 반응을 민감하게 겪어 내고 있다는 것을 밝혀주고 있다. 선조들이 즐겨 써온 이 말들은 단지 비유가 아니라 과학적 실증을 거쳐 사실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상하면 몸도 따라 다친다는 걸 누구나 체험한다.
스트레스라고 하는 정신적 파동이 질병의 대부분을 초래한다는 얘기다. 그 역으로 육체의 병을 정신의 힘으로 고쳐 놓는 사례도 접하고 있다.
<물질이 곧 파동>이라는 양자물리학의 개념, 물질을 아주 잘게 쪼개면 입자인데 동시에 파동으로 변하는 불가사의한 세계를 만나게 된다고 한다. 모든 물질이 마이크로 세계에서는 원자핵의 주위를 마냥 돌고 있는 양자의 파장으로 이루어 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파동은 일정한 듯 보이지만 앞뒤가 다르고 실험자에 따라 반응에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기체나 액체가 유동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만 딱딱한 고체마저 내부에서는 양자가 춤추며 파동으로 흐른다니 믿기가 어렵다.
이 현상은 물리학 뿐 아니라 우주관과, 인생관도 바꾸어 놓을 조짐이 보인다. 분명한 물질인 우리의 육체가 정신이라는 에너지의 파동으로 몸의 한계를 넘나들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까닭이다. 만물이 진동한다는 옛 성현의 말은 추상이 아니라 이제 과학이다. 주파수가 다른 진동으로 우주가 가득하다는 것, 그 진동의 흐름이나 파장에 사람의 마음이 공명하고 반응할 터라,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일상이 업이 되어 돌아온다는 종교적 성찰은 진실이 아닌가. 과학이 종교를 조우(照 遇)하는 세상이 되었다.

뜨거운 것과 차가운 느낌이 인식의 문제라면 살면서 겪는 고통을 기쁨으로 치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찌는 더위에 서늘한 냉기 한 줄기, 저 사유의 깊은 샘 속에서 뽑아 올리며 산다면 행복하리라. 그 신비에 다가설 수는 없을까.
불도 선선하다는 경지가 분명 어딘가에는 있다는데.

수필가 공 옥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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