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의료체계개선 보다는 군의 의식전환이 먼저!!
군 의료체계개선 보다는 군의 의식전환이 먼저!!
  • 우 정 훈
  • 승인 2011.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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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군인은 죄인이 아니다

 


최근 공개된 군 자료에 의하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884명의 군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이 중 9.5%인 526명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했다고 한다. 연도별 분석 자료에 의하면 2010년 한해에만 129명이 숨졌으며 이 중 자살한 장병의 수는 82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밝혀졌고,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보다는 두루뭉술한 ‘장기적인 계획’만이 나와 있을 뿐이다.

2011년 3월 7일부터 훈련 소집되어 제방사에서 4주간의 기초군사 훈련을 받던 중에 겪었던 일은 군 의료체계, 더 나아가 군이 군인, 훈련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훈련소에서 동료 훈련병이 몸이 아파서 야간에 당직 군의관이 있는지,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확인을 요청했을 때 그 자리에서 묵살 당했으며, 진통제의 처방조차도 받을 수가 없었다. 의무병의 기본적인 환자상태 확인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교육훈련 조교(현역병)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일어난 일이다. 육군 훈련소에서 일어난 훈련병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군 당국은 의무병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 하는데 그렇다면 의무병도 아닌 일반 현역병이 훈련병들의 질병 유무, 상태의 심각성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대대-연대-사단 의무대-군병원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이송체계가 효과적인 진료를 막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군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마음 놓고 질환을 호소하지 못하게 하는 경직된 군내 진료 문화다. 질환을 호소하는 장병에게 꾀병을 부린다고 몰아붙이는 일이 여전하다. 장병들이 눈치 보지 않고 증상을 호소하고 조기에 진료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군 병원이 삼성의료원 수준이 아니라 미국의 최고 의료시설이라 알려진 존스 홉킨스 병원 수준이 되더라도 훈련병들의 사망사고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군병원 수준을 끌어올리기에 앞서 군의관과 군 지도부의 의식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단 한명의 훈련병이라도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김상기 육군참모총장이 지휘서신에서 썼듯이 “꾀병도 병이라는 생각으로 진료해야 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며 20대 청년들에게 2년 동안의 희생을 강요할 거라면, 최소한 의무실에 진료를 받으러 가기위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있을 필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서부소방서 대정119센터 공익근무요원 우 정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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