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상 건립, 道 채무 없앤 뒤에 하라
제주도가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초대형 해녀 상을 건립키로 했다고 한다. 이미 국토해양부가 제주도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녀 상 건립과 관련한 용역비 5억 원 중 정부보조금 2억5000만원을 예산에 계상, 기획재정부에 이를 요청했다니 이 사업은 구상단계를 지나 추진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도대체 요즘 제주도가 분별력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산더미 같은 빚을 짊어진 빚쟁이 제주도가 100억 원을 들여 뉴욕 자유의 여신상과 맞먹는 10층 건물 높이인 400m나 되는 초대형 해녀 상을 건립하겠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우리가 해녀 상 건립의 의의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해녀가 제주 생활문화사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해녀 상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구좌읍 하도리도 해녀항일운동 성역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별 이견(異見)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채도(負債道)',의 오명을 쓰고 있는 제주도가 불요불급한 초대형 해녀 상이나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을 우리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은 아무리 하고 싶은 사업이 있더라도 자제하고 참으면서 빚 갚는데 힘써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대형 해녀상은 10년이나 20년 뒤에 건립하더라도 나무랄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니 제주도가 2~3년 내에 빚을 모두 갚을 수만 있으면 내후년(來後年), 또는 5년 뒤에 건립한다고 해서 시비할 사람도 없을 줄 안다.
하지만 그게 아니지 않은가. 해마다 빚이 줄어들기는커녕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불과 2년 사이에 제주도 부채가 갑절이상 늘고 있다면 그 심각성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부채도’가 사업비의 절반을 국고에서 지원 받는다지만 100억 원을 들여 해녀 상을 만든다니 뭔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되었다. 제주도는 “빚 많은 집 호화 잔치판 자주 벌이다가 결국 망 한다”는 말 명심해서 해녀 상 건립을 빚 상환 후로 미루기 바란다.
도, 1조5900억 빚을 어쩔 셈인가
엊그제 속개된 도의회 제283회 1차 정례회의에서 제주도 당국자가 재정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해 제주도의 재정 상태를 진단한 결과 채무액이 이자까지 포함하면 1조59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 됐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의 말이 아니라도 제주도는 분명 재정적 위기, 그것도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도의회 정례회의에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결같이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강경식 의원은 질의를 통해 “제주도의 재정 위기가 해가 갈수록 심회되고 있는데 대책이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래서 그는 예산운용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예산실명제와 예산낭비 신고 센터 도입을 제시 했다. 제주도의 재정운영을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위성곤 위원장도 제주도의 재정운용에 불신을 보낸 것은 마찬가지다. 그는 “도대체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 지방채 규모가 얼마냐”며 도민 1인당 채무액이 전국 2위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이들 의원들의 질의 처럼 도재정이 말이 아니다. 이자를 포함한 총부채가 1조5900억 원으로 2년 사이 갑절이 증가한데다 재정자립도는 2005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지난해 현재 24.9%로 전국 하위다. 도민 1인당 채무가 많기로도 전국 2위다. 그럼에도 제주도는 1000억 원이 들어가는 자연사박물관 건립을 말하는 등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 스스로 재정위기라는 진단을 내렸으면 책임지고 그 위기를 벗어나려 노력해야 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