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우파 ‘뉴 라이트’
친미 우파 ‘뉴 라이트’
  • 제주타임스
  • 승인 2005.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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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라이트(New Right 신보수) 운동’이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용트림을 시작하였다. 그  중심에는 '자유주의연대'와 '기독교사회책임'이라는 두 단체가 자리잡고 있다. 그들은 출발하자마자 견해차를 드러내, 향후 그 정체성을 놓고 내부진통이 예상된다. 그들은 현 정부 주도세력을 ‘좌 편향’이라고 비판하고,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 386에 대해 수구좌파, 주사파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의 비판은 결코, 적확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보수의 틀을 벗어나 얼마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노무현정부를 혹독하게 비판하면서도 정작 그들이 집중해야 할 보수정당의 구태에 대해서는 비판의식이 읽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상으로는 보수 쪽에 더 가까운 집권 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좌파적 경향으로 규정하는 이념적 좌표 설정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자유주의연대'의 핵심 인물들은 과거, 사회 변혁을 꿈꾸는 좌파 활동가들이 대부분이다. 동구권의 몰락으로 사회 변혁을 포기하고 우경화한 인물들이 그들이다. 그들은“대한민국 50년사는 … 자부심과 긍지를 갖기에 충분한 영광의 역사”라며, 박정희를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한강의 기적을 이끈 지도자”라고 찬양한다.

 그들은 친미 우파의 노선에 동조하며 거침없이 색깔론도 펴고, '올드 라이트(Old Right)'의 보수반동적 성향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주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까지‘뉴 라이트와 시장의 철학’이라는 책을 출간,  반정부 운동의 한 조류인‘뉴 라이트’운동의 철학적 당위성을 옹호하고 나섰다. 전경련은 “뉴 라이트는 극우파적 보수와는 구별되는 중도우파이며 건전한 민주적 자유시민사회, 대한민국의 건국정신을 지켜내려는 21세기의 신개념”이라며 추켜세우고 있다.

  그들은 정말, '진정한 우익'일까? 한국의 정치이념과 역사에서 진정한 보수는 없었다는 게 정설 아닌 정설이다. 한국에는 제대로 된 좌파도 없지만 보수다운 보수 세력도 없다. 한국의 보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고, 국가주의 권위주의까지를 비판 없이 수용해 왔다. 미국 보수파처럼 세계 재편을 꿈꾸거나 일본 우익과 같은 유사 군국주의자도 아니다. 복지국가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점에서는 국민에게 무책임하다. 현실성 있는 통일정책 논의를 게을리 한 점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은 '이념의 시대'가 아니고 '상식의 시대'이다. 상식과 몰상식을 구분해야 할 시대이다. 좌파니 우파니 주사파니 하는 이념 투쟁도 사실 뜬구름 잡는 짓이다. 80년대 이념이나 386세대를 끄집어내 이념 운운하는 것도 철 지난 이야기이다. 극소수가 가졌던 그 시절의 이념을 오늘에 되살려 청산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도 허망하다. 친북이니 반미니 좌파니 하는 '이념 놀음'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어떻게 하든 좌파의 이미지를 뒤집어 씌워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잘못된 행태가 수구언론들의 후원을 밑천으로 비교적 젊은 세대들에게서조차 되풀이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다. 진보와 보수라는 색깔론에서 벗어나 새 시대의 정체성이 무엇이며, 사회를 향한 시대적 사명, 대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심도 깊은 논의로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김 관 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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